세월은 참으로 덧없이 흘러가는 듯하지만 빛 바랜 검불 속에서 고운 잎이 새 삶을 피우고 있습니다. 새봄이 시나브로 찾아오듯. 텅 비었던 교정에도 새내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만발하였습니다. 함양에서 제가 교단에 선 지도 벌써 2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교사로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제자들이나 학부모님들께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어디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세월이 흘러 제자들 가슴속에 부끄럼 없는 스승으로 기억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절감합니다. 지난날 제자들에게 다하지 못했던 사랑과 학부모님께 죄송했던 마음의 짐을 미력이나마 보속하는 계기로 삼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쓰게 될 교단 일기는 아이들의 미래 세상과 진로에 대해서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지면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생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교단 창 너머로 소통해보는 저의 소견을 넓은 아량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비전 스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학교에서 교육의 내용을 담는 그릇[시스템]을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은 변화해왔습니다. 2007년 제7차 교육과정의 핵심은 창의·인성교육에 역점을 두어 개편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9 개정교육과정’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구체화하여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과정의 변화는 학교 교육이 지식주입의 교육에서 벗어나 급속도로 변화되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역량을 배양하기 위함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가속도로 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 사회입니다. 이만 개의 직업이 생겨났고 한편으로는 소멸되어 가는 직종이 한둘이 아닙니다. 평생직장도 직업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미래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많은 교육학자들은 이제 학교는 아이들에게 미래 역량을 키워주는 곳. 즉 ‘비전 스쿨(vision school)’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전 스쿨이란 아이들에게 자신의 진로 특성(적성. 흥미. 가치관. 성격 등)을 이해하게 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비전(꿈을 탐색하고 설계하며 목표를 설정)을 세울 수 있도록 학교가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비전 스쿨은 개별 아이의 특성과 진로. 학습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또한 학생은 스스로 비전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가야 하고 학생이 원하는 맞춤식 교육활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꿈을 구체화하고 탐색하며 체험할 수 있는 동아리활동. 진로체험활동. 적응활동. 봉사활동 등이 일관성 있게 삶의 로드맵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비전 스쿨은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 학교운영위원회. 동창회 등 교육공동체의 연계와 협력으로 가능합니다. 또한 ‘교육기부’를 통해서 더욱 확충할 수 있습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감동을 주는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마인드. 비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글로벌 미래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가 참여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하며 동창회가 후배들의 꿈을 이끌어주는. 학교 교육공동체가 활성화된 학교는 ‘명품학교’입니다. 다음에는 ‘교육공동체와 교육기부’란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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