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표정에는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 어른의 허무함이 잔뜩 묻어 있다. 학교가 파하는 즉시 학원을 전전하고 집에 와서도 숙제를 하거나 과외교습을 받느라 밤늦게까지 숨 쉴 틈이 없다.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힘들어하는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의 팍팍한 현주소다. 한 조사(2010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학업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고. 최대의 스트레스 요인은 ‘학원 뺑뺑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교육의 우울한 단면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10월 한국정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과외가 아동의 여가와 문화 활동에 대한 권리의 충분한 실현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선포한 ‘청소년 헌장’ 서문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며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는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청소년이 처한 현실은 다르다. 살인적인 학습 부담에 시달리며 일상을 숨 가쁘게 살아간다. 어떻게든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한다는 부모들의 압박감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영국 BBC는 언젠가 한 보도에서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하는 것이 보통 일이고 이런 강행군은 몇 년간 지속된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무슨 일이든 하려 한다”고 한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아이들을 다그치고. 적성과 개성을 무시한 채 오직 성적(입시)에만 모든 걸 거는 이 시대 한국 부모들이다. 부모의 과도한 헌신으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이것을 그 아이의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 해석하면서 언어적 폭력이나 물리적인 힘을 가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 심성은 점점 피폐해가고 방황하면서 일탈을 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다. 많은 사례에서 보듯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과욕과 집착은 아이의 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가정파탄 등 부모들이 입는 내상도 크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한다. 부모는 그들을 절대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들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훈육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학업이 부진하다고 자녀를 윽박지르는 과민 반응은 금물이다. 아이들에게 반감이나 상처를 줄 만한 감정적 언행은 삼가야 한다. 그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녀의 변화에 앞서 부모 자신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부모의 기준과 기대치를 낮추고. 아이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듯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자기 패턴과 성품을 형성해 나간다. 따라서 자녀의 역할모델이 되는 부모도 공부해야 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부모 스스로 배워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장래를 예견할 수 없다. 부모의 역할이란 단지 자녀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고 자녀의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다. 아이가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서 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찾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에겐 지금 당장의 성적은 중요한 게 아니다. 독서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세계관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면서 적성을 발견하도록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최근 잇따른 극단적 사건들은 성적지상주의 풍조와 부모-자녀 간의 정서적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가족 구성원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수평적인 대화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우선 부모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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