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은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며 활동을 시작하는 절기인 경칩이다. 이 무렵부터는 동물 뿐 아니라 식물들은 새싹을 틔우고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인체도 자연의 일부이니 겨울동안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 힘차게 일어나야 하지만 봄이 되면 이상하게 몸이 더 나른해지고 자꾸 아래로 처지게 되어 피곤함을 느끼게 되므로 봄에만 오는 그런 인체의 현상을 우리는 특별히 춘곤증(春困症)이라 부른다. 이른 봄에 인체가 느끼는 피곤함을 이겨내는 음식들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긴긴 겨울동안 몸 안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기지개를 켜게 하는 것으로 고로쇠 수액 만한 것이 없다. 수많은 봄나물들이 있지만 하우스 재배가 아니고서야 경칩 무렵에 구경하기 어려우므로 고로쇠 수액이야말로 봄이 우리에게 첫 번째로 던지는 맛있는 추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500m∼1000m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다. 경칩 무렵의 이른 봄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데 이때 줄기와 가지가 수축을 하면서 땅속의 수분을 뿌리가 빨아들여 줄기로 올려 보낸다. 낮에 기온이 다시 영상으로 올라가면 줄기의 수액이 팽창해 밖으로 나가려는 특성을 활용해서 채취하는 것이 우리가 마시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이다. 2월에서 4월 초순까지 일교차가 가장 클 때 수액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경칩을 전후로 한 10일간에 나오는 수액이 가장 양질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하수도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에 대한 갈망이 고로쇠나무 수액을 고부가가치의 특산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살아있는 나무가 필터가 되어 자체여과과정을 거쳐 나오는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고로쇠 수액을 일컬어 항간에는 ‘인류 최후의 음용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며 실제로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일반식수의 30∼40배에 이른다고 한다. 국립 산림과학원 수액연구팀이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쥐 실험을 통해 고로쇠 수액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골다공증을 유발시킨 생쥐에게 고로쇠 수액을 7주간 먹이고 골밀도 조사를 한 결과 혈중 칼슘농도가 20% 늘어났으며 뼈의 길이는 5%. 밀도는 15%. 두께는 50%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생쥐의 면역세포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면역조절물질 분비가 최대 5배까지 증가하였다고 하니 신체면역력 강화에 뛰어난 효능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성장기 어린이의 뼈 발육이나 갱년기 이후 여성들의 골다공증. 혹은 신체 면역력이 저조한 사람들이 먹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수액을 채취해서 마실 수 있는 나무로는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층층나무 등 많은 수종들이 있고 또 우리나라의 곳곳에서 채취도 활발하지만 고로쇠 수액은 해마다 봄 경칩 전후인 2월 말. 3월 중순에 채취하며 바닷바람이 닿지 않는 청정한 지리산 기슭의 것을 최고품으로 친다. 지리산 인근에서는 경칩 무렵에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여 순수한 상태의 물을 마시기도 하지만 닭백숙을 할 때 물 대신 넣어 조리하여 먹기도 한다. 대부분 약재가 많이 들어가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여 인삼. 엄나무. 옻나무 등 이것저것 많이 넣고 끓여 먹지만 아주 단순하게 일반 닭 한 마리에 밤 한 대추 한 줌과 고로쇠물 2L를 넣고 1시간 정도 푹 끓이면 된다. 뼈에 좋다고 하여 골리수(骨利樹) 혹은 고로쇠로 불리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에 대해 <본초강목>에도 관절통이나 골절에 좋고 피부습진 등에 좋다고 하였으니. 소화를 돕고 뼈와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밤을 한 줌 넣고 끓여 먹는 고로쇠닭백숙 성장기의 어린이나 갱년기의 여성. 혹은 무릎관절이나 허리가 부실한 노인에게 아주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으므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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