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에서 10년 동안 공들인 ‘산양삼 명품화’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았다. 명품으로 인정받아 타 지역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함양 산양삼’에 외지 삼(蔘)의 반입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 농가는 물론 함양군에 비상이 걸렸다. 함양산양삼영농조합과 함양군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함양 산양삼을 이용한 주류 제조업체를 통해 촉발됐다. 함양 산양삼을 이용한 담근술을 제조 판매하는 이 업체가 지역의 산양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외지의 삼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함양 삼양삼에 비해 싼 가격에 거래되는 전라도 등지의 외지 삼을 들여와 담근술을 만든 후. 함양 산양삼이라고 광고하며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함양 산양삼이 들어간 담근술은 지역민들은 물론 대기업 등지에도 선물용으로 판매됐다. 함양 산양삼이 아닌 외지 삼을 이용한 담근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조사를 벌여 원산지 미표시 위반으로 이 업체에 대해 벌금을 부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에서도 원산지표시 위반 등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상태이며. 함양군에서도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임촉법)’ 저촉 여부를 조사중이다. 한 업체에 국한된 외지삼의 함양삼 둔갑이라지만 생산이력제와 철저한 품질관리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함양 산양삼에 미치는 여파는 실로 대단하다. 가장 우선적인 것이 함양 산양삼의 신뢰도 하락. 전라도. 강원도 등지의 외지삼에 비해 많게는 수십배까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함양 산양삼 이미지에 큰 생채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명품 산양삼 만들기에 노력을 경주했던 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또 십여년 동안 함양의 천연 자연에서 고품질의 산양삼을 재배해온 농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남겼다. 이에 따라 함양산양삼영농조합은 지난 2월14일 이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외지 산삼 반입과 관련한 격론을 펼쳤다. 특히 주류 제조 업체에서 주장하는 지역 산양삼을 주원료로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조합원들이 이 업체에 납품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군 담당과장과 계장. 주무관이 함께 참석해 외지삼의 반입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생산농가들과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함양군도 이번 사태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0여년간 약 200억원 상당을 투입하며 명품 함양 산양삼 만들기에 주력해온 군으로서는 이번 외지삼의 반입으로 인해 상당한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함양군은 2월28일 산양삼을 재배하는 전 농가가 참여하는 ‘자정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외지삼 함양 반입 금지는 물론 깨끗한 이미지의 함양 산양삼을 훼손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 극단적으로 해당 농가를 퇴출시킨다는 내용까지 고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 지원을 통해 추진할 예정인 향토산업육성사업 중 산양삼을 이용한 제품 생산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진다. 함양군의회 차원의 진상 규명도 준비중이다. 군 의회는 3월 초 열리는 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안을 공식화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향후 특별위원회 등의 구성을 통해 외지삼의 반입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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