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음식에도 숨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으뜸은 소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의 옛도시 교토에 가면 오와리야라는 이름을 가진 오래된 소바집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식으로 계산하여 오래라고 해봐야 기껏 3∼4대가 고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야리와 소바집은 1465년에 시작하여 장소도 옮기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15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 15대째 사장 모두가 ‘이나오카 덴자에몬’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사장으로 취임을 하면서 창업주와 같은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고 하며 그만큼 완벽하게 창업주의 사업이념을 잘 지켜 장사를 하기 위함이라 하니 양은냄비 같이 달아오르고 식기를 쉽게 하는 우리나라의 음식점들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오와리야 소바집은 하루에 천 명의 손님들이 소바를 먹고 간다고 하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짧은 시간 장사하고 그 시간 안에 물밀듯이 손님들이 밀려오는 꿈의 대박집임에 틀림없다. 2시 이전에는 예약도 안 되고 일반적인 식당들이 쉬는 오후 3∼4시에도 늘 손님이 있는 대박집이지만 오랜 전통을 잘 지키며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나름대로의 영업철학이 있다. 오와리야가 잘 지키려는 그 오랜 전통이라는 것은 교토 이외의 장소에서는 소바를 만들지 않는다는 소신이며 창업 때부터 만들어온 오리지널 소바가 아직도 그 때의 그 레시피대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500년을 훌쩍 넘겨 내려오는 오와리야의 오리지널 소바 맛은 ‘소바의 참맛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날만큼 과하지 않게 감칠맛 나는 깔끔한 국물과 함께 알맞게 삶아져 쫀득하며 구수한 메밀국수의 맛으로 이어져 입이 즐거운 동시에 그 오랜 시간을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마저 풍요로워진다. 국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새끼다랑어와 다시마로 펄펄 끓이지 않고 낮은 온도에서 우려낸 국물에 고등어. 눈퉁멸을 넣어 다시 끓여내는 국물의 노련한 맛에 누구라도 정말 놀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밥값을 많이 받지 않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단 5%만 이윤을 남기고 영업을 하는 오와리야 소바는 수출을 하자거나 체인점을 내자는 수많은 손길들이 있지만 모두 거절하고 오로지 교토에서만 장사를 한다는 고집을 지키고 있다. 소바맛을 좌우하는 것이 물이기 때문이라는데. 교토는 일본에서 지하수가 가장 많은 곳이며 교토의 지하수 맛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오늘의 오와리야의 소바맛을 지켜왔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기에 교토 이외의 곳에서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모르기는 모르겠으나 게르마늄을 함유하고 있는 함양의 물도 교토의 물과 비교해 하나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교토와 함양이 다른 것이 있다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신 있는 음식점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비자의 변덕에 따라 식당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메뉴를 바꾸어 국적 없는 외국음식을 흉내 낸 퓨전음식을 만들어 파는 얄팍한 상술을 걱정하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뚝심 있게 만들어 파는 우리다운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을 너무 애타게 찾게 된다.   . 삶아내서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내도 사라지지 않는 메밀국수만의 구수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내 기준에서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사람들이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입춘에 잊지 않고 꼭 먹는 음식이 소바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곳곳에 일본식 소바를 파는 식당이 많이 있지만 가장 일본다운 소바의 맛이 몹시 궁금했었는데 나는 일본에서 그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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