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새해가 한참 흐른 지금에야 한 학년을 마감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합니다. 3월에 입학식을 하고 수업일수를 채우고. 연 4회 시험을 치르고 진급이나 졸업식을 하기까지 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일년을 보낸 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학생의 내면적 성장에 비추어 보면 대단한 시간들입니다. 사회가 전문화되고 교육 역시 그에 부응하다 보면 학생의 기본정보는 물론이고 학력. 출결. 학급 학교생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의 창의적 특색활동. 독서활동 교외 체험활동 수상실적 등등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 만만치 않은데 최근의 입학사정관에 대비하려면 학생부 입력내용이 몇 십장에 달하는 분량들입니다. 특히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 2월의 경우.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년 간 교육활동을 입력하기 위한 일에 눈코. 뜰 새 없습니다. 평소에도 해 오지만 결국 총 결산인 학년말에 종합적으로 결론지어져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교육현장에서 중심과 주변이 바뀌는 주객전도현상은 매우 흔한 일상입니다. 너무 흔한 일상이어서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면 이상한 역설이겠지요. 하지만 주객전도된 교육활동의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기에 결코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고 교육당사자들의 문제인식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은 ‘학생의 바람직한 행동변화’라고 전제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매개로 학생들의 생각이 바람직하게 형성되고 그 건전한 생각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이 교육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지요. 더불어 한 해 두 해 사회화 과정을 거쳐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고 그기에 더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이 직업을 선택하고 유지해 가기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준비과정이 교육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중심과 주변이 뒤바뀐 교육현실에 교사들은 맥이 빠질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 컴퓨터가 일상화되기 전에는 캐비넷에 들어 있는 서류더미가 교육의 중심인 경우가 많았고 당연하게도 교육을 통해 성장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으며 학생들과 더불어 하는 교육활동 자체에 교사들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보다 그 결과물이어야 할 서류가 그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 식민지하에서는 조선의 식민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확인하고 감시하는 교육행정을 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감사에 대비한 준비가 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지금도 미국식 자본의 성과주의. 신자유주의하의 교육기조는 교원평가나 학교평가로 불리는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 학교 관리자 평가. 교사평가로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사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학업성취도. 학력향상 중점학교. 결코 자기주도적이고 자율적일 수 없는 방과 후 학교. 특별 보충수업. 돌봄 학교까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습하는 시간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투자한 시간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학업성취에다 정규수업 학생들의 학습 습관까지 나빠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경쟁으로 찌든 교육주체들. 직접적인 교육활동의 과정이 실제 어떻든 통계수치를 높여서 결과만 잘 갖추어지면 잘된 교육? 당연히 ‘보이기 위한’ ‘감사에 대비하기 위한’‘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교육이 중심이면 학생들은 주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부. 도교육청 등 교육을 매개로 정치를 하고 있는 기관들의 과시적 행사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쏟아야 할 교사들의 시간과 노력을 엉뚱한데서 소모하게 합니다. 승진이 목전에 닿은 교감 중에는 하반기에 하는 감사를 학기초부터 닦달해서 준비시키기도 하는데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 외에도 정책연구학교니 연구시범이니 해서 일에 치인 교사들이 ‘변화의 주체여야 하고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학생과 매 순간순간 함께 할 수가 없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컴퓨터가 업무의 일상이 되면서 서류더미 때문에 뒤로 밀린 학생들과 가까이 할 줄 알았지만 교원업무가 경감될 것처럼 그렇게 떠들어도 결국 또 다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교사들이 서류더미 대신 컴퓨터에 코를 박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또 다시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것이지요. 컴퓨터의 용적량이 커질수록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될수록 이전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sequence)가 넓어지고 영역(scope)이 늘어나면서 자료나 정보의 대량 축적과 저장이 가능해 진데 따른 일입니다. 이즈음 교사들은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 마는 동 제일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 전원을 누르는 일입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쿨 메신저에 떠밀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면서 끊임없이 변화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 우리교사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 생각 해 봅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초등고학년. 중등의 동조성이 강한 사춘기 청소년들은 끼리끼리 모여 흡연을 하고 왕따를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여 금품을 빼앗고 장난이라면서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운 채 친구 목을 조르고. 성추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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