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21편 정이 담긴 손맛에 행복도 함께 맛집 전성시대다.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서 앞다퉈 이름난 식당들을 소개한다. 푸짐해서. 특색있고 맛있다는 이유로. 그러나 막상 찾아간 맛집은 실망하며 돌아서기 십상이다. 함양에도 이름난 맛집들이 많이 있다. 인터넷에 ‘함양 맛집’을 검색하면 수 페이지를 넘겨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맛집이 존재한다. 오늘은 함양의 맛집 중 ‘연밭식육식당’을 소개하려 한다. 군청에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사거리 인근에 옛 지명인 ‘연밭머리’를 따서 상호명으로 사용한 식당을 볼 수 있다. 간판이 작아 눈여겨봐야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육식당으로 착각할 수 있다. 주 메뉴는 삼겹살. 두루치기. 김치찌개 세 가지. 또한 싱싱한 고기를 썰어 판매도 함께 한다. 겉보기에 초라해 보이지만 문전성시. 완전 초대박 집이다. 돼지고기가 주 메뉴인 이 집의 돼지는 특별하다. ‘숯 물’을 먹인 흑돼지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흑돼지만으로도 손님들의 주목을 받기 십상이지만 거기에다 새까만 숯 물을 먹이니 그 맛이 일품인 것이다. 일방적으로 찾아간다는 통보만 하고 3시를 넘겨서 찾았지만 시끌벅적 때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수시로 고기를 사기 위해 찾는 이들로 인해 바쁜 가운데 말을 걸기란 쉽지 않았다. 문전박대 보다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신경숙(56) 사장님의 말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있네요"라는 물음에 "여긴 항상 손님이 그득하다. 함양 사람들이 모두 단골이다. 단골도 물론 많지만 물어물어 오는 외지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맛을 못 잊어 다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7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은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지만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연밭식육식당`만의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돼지고기만을 이용한 단순한 메뉴.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에도 널린 식단으로 손님을 끄는 비결을 물어봤다. 신경숙 사장은 "손맛이지. 고기 손질부터 야채에 조리까지 모든 것이 손에서 이뤄지니 그 손맛이 어디 가겠어" “어떤 손맛이 나냐”는 재미없는(?) 질문에 "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양념도 듬뿍. 파. 양파. 마늘 등 갖은 채소를 넣고 정성으로만 만들면 맛을 보지 않아도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두루치기와 김치찌개. 두 음식 모두가 돼지고기가 주재료다. 손으로 직접 썰어낸 두툼한 고기에 갖은 양념을 듬뿍 넣은 두루치기를 한 입 가득 입 속에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돼지의 질감이 그대로 남는다. 김치찌개는 또 어떤가. 1년간 숙성시킨 김치만을 사용한다. 해마다 1만포기의 김치를 담근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말이 만포기지 친정동네인 팔령마을의 한 달치 일거리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삼봉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로 담근 김치를 자연 그대로 숙성시켜 그 맛이 깊고 정갈하다. 가격도 아주 착하다. 삼겹살은 8.000원. 두루치기와 김치찌개는 6.000원. 싼 가격의 이유는 농장과의 직거래. 농장에서 매주 엄선된 고기만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고 질 좋은 싱싱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설 명절은 맞은 연밭식육식당은 대목이다. 평소에는 1주일에 10마리를 소비했는데 이번 설을 맞아 20마리를 준비했다. 물론 준비한 고기가 떨어지면 쉴 수밖에 없다. 신경숙 사장의 기구한 사연을 풀어놓기에는 개인사이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신 사장이 얼마나 착실히 일을 했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서. 신경숙 사장이 식당을 운영한지도 어언 17년이 지났다. 첫 시작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멋모르고 덤벼들 수밖에 없었던 식육식당. 그러나 그것이 대박집의 시작이었다. 신 사장은 "식육식당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갖가지 기계들이 무섭기만 했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익숙해질 무렵. 식탁 6개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었어"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한동안은 가계를 구할 수 없어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한 적도 있었다. 이후 지금의 번듯한 식당으로 옮겨 올 수 있었다. 신경숙 사장의 곁에는 항상 딸 주란씨가 함께 한다. 주란씨가 어머니와 함께 일한 지 벌써 7년째.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던 주란씨를 불러들인 건 어머니. "서울서 직장생활하면서 방 얻어주고 밑반찬이며 다 챙겨주고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같이 하자고 불러 들였다" 그러나 주란씨는 "사장 시켜 준다고 꼬셔 놓고선. 막상 설거지 사장만 시키고 있으면서. 서울서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라며 투정을 부린다. 옥신각신 함께 부대끼는 모녀간의 정(情)이 담뿍 묻어났다. 매일 직접 고기를 썰고. 음식을 준비한 것이 17년. 그동안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신경숙 사장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반기니 음식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들도 많지만 마실 나와 차 한잔 하기 위해 들르는 이웃들도 많다. 신경숙 사장은 "일을 재미있게 하니까 아픈 곳이 없다. 부담 없이 들어와서 커피 한잔 하고 갈 수 있는 곳이다. 지나가다 우리 가게를 잊지 않고 들러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 푸짐한 사장님과. 명목상 사장으로 어머니와 함께 정을 나누며 힘든 일을 꿋꿋이 소화해 내는 주란씨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