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사년의 첫 절기인 입춘날이다. 입춘은 한 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로 보통 해마다 양력 2월4일경에 해당한다.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은데 입춘이 되면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立春大吉’ 등의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일 년 농사는 물론이고 한 해 동안 가족의 일신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조들은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여 입춘축을 벽사로 붙였음을 알 수 있다. 입춘날에는 입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飯)을 수라상에 얹고.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먹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경기도 산골지방(畿峽)의 육읍[양근(楊根). 지평(砥平). 포천(抱川). 가평(加平). 삭녕(朔寧). 연천(漣川)]에서는 총아(蔥芽. 움파)·산개(山芥. 멧갓)·신감채(辛甘菜. 승검초) 등 햇나물을 눈 밑에서 캐내어 임금께 진상하였다고 하니 궁중에서는 이것으로 오신반((五辛飯 다섯 가지의 매운 맛을 가진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장만하여 수라상에 올렸다는 기록이다. 오신반(五辛飯)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生菜)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細生菜)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고 한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겨울이었지만 이제부터 햇살은 더욱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거릴 것이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대지의 곳곳에서는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게 될 것이다. 인체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입춘 이후에는 겨울동안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 웅크리고 있던 몸을 잦은 기지개를 켜며 일으키게 된다. 인체가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은 체내의 신진대사가 왕성하게 되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으며 이때부터는 오장육부 중에 간이 하는 역할이 늘어나게 된다. 오장육부의 임금은 심장이지만 봄철엔 간이 임금노릇을 하게 된다. 인체에서 간이 하는 역할은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나뭇잎들을 흔들어 나무에 봄기운을 전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에 봄기운을 불어넣으며 인체 곳곳에서 기운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올라가면서 양기를 퍼뜨리고 인체도 덩달아 양기를 북돋우게 된다. 양기를 북돋우고 긴 겨울동안 쌓인 몸 안의 노폐물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이 봄에 간이 하는 역할이다. 간의 그런 역할을 한의학에서는 소설작용이라 하는데 이 소설작용을 돕고 맺힌 것을 풀어주며 가라앉는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것이 매운맛이다. 그래서 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춘에는 매운맛을 가진 나물 다섯 가지를 골라 먹어온 풍습이 남아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따뜻하고 매운맛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화를 조장하여 건강을 해치게 되므로 이때는 간의 열을 내려주는 쓴맛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봄나물이 맵고 쓴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으므로 봄나물들을 챙겨 먹음으로 해서 자칫 나른해지기 쉬운 봄을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당나라의 유명한 양생가 손사막도 봄에는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많이 먹어 비장을 보해야 하며 인체가 적절히 운동을 하면 병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봄에는 산책을 자주 하고 맵고 쌉싸름한 햇나물들을 새콤달콤하게 요리하여 먹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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