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20편   파이오니어 컴퓨터 게임장 어린이들의 `성지` 아직도 그곳엔...      ‘겔라그’ ‘너구리’ ‘올림픽’ ‘방구차’ ‘제비우스’ ‘스트리트 파이터’. 이 단어들의 공통점을 아는 이라면 70∼80년대 태어난 오락실 세대가 확실하다. 어릴 적 누구나 오락실에 얽힌 추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억하는가? 올림픽 100m 세계 신기록을 깨기 위한 준비물이었던 30cm 자를 가져와 단추에 대고 비비고 튕겼던 80년대 아이들의 장인정신을. 우리들의 코 묻은 돈을 기꺼이 갖다 바치게 했던 추억의 전자오락실! 온라인 게임에선 맛볼 수 없는 정직한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PC방은 생각도 못했을 시절. 만남의 장소이자 사랑방 역할과 동시에 유일하게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곳이 오락실이다. 50원만 생겨도 고민 없이 향하던 곳. 그 마저도 없으면 하루 종일 친구들 옆을 서성이며 친구와 똑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하던 곳 그 곳이 전자오락실이다. “한 판만 시켜줘” “한 마리만 줘”라는 친구의 부탁까지 들어가며 게임을 하던 시절이다. 이런 전자오락실이 어느 사이엔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발품을 팔며 일부러 열심히 찾아 봐도 좀체 찾기가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 PC방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비례해서 전자오락실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전자오락실에서 하던 게임이 요즘의 온라인 게임보다 특별히 더 좋은 즐거움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아직까지 어릴 적 전자오락실에서 느꼈던 재미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게임을 많이 즐겨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오락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함양에서 유일한 전자오락실 ‘파이오니아 컴퓨터 게임장’. 한때 십여곳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전자오락실은 PC방에 이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한 두 곳씩 문을 닫고 군내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읍내 동문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전자오락실은 여전히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형 화면과 손잡이가 달린 조이스틱. 돈 넣는 입구. 조그만 둥근 의자까지 어느 것 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 다만 예전에는 칙칙했던 분위기가 밝게 바뀌었다. 또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노래방 기계가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25년째 동문사거리 인근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는 파이오니아 게임장 박순덕(여.65) 사장님. 가끔씩 지폐를 환전하기 위해 찾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동전을 바꿔 준다. “철권이 200원이고 나머지는 100원이야. 노래방은 300원에 한 곡. 천원이면 4곡이나 부를 수 있어. 옛날에 비해 가격이 오른 게 없어. 가격을 올리려 해도 힘들어. 그냥 하던 데로 해야지 뭐” 10여년 전 가격이 같단다. 일부 인기 게임이 200원이나 300원으로 올랐을 뿐. 방학 오후인데도 학생 4명만이 모여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20여대의 다양한 게임기들은 한적하게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썰렁함만이 감돌았다. “요즘에는 PC방으로 다들 가지 오락실에는 오진 않아. 예전에는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 하루 종일 놀다가 집에 가곤 했는데...” 이 오락실 주변에도 PC방들이 늘어섰다. “옛날에는 괜찮았지. 발 디딜 틈이 없었으니까.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여기는 돈이 없어도 놀다 갈 수 있잖아. 그냥 놀다가 가는 애들도 많았어”라고 말했다. 몇몇의 중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동전을 바꿔서 게임을 시작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철권4’라고 한다. 대전 격투게임인 철권 시리즈는 90년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함께 오락실을 이끄는 양대 산맥이었다. 현재도 가장 인기를 끌로 있었다. 오락실이 예전과 바뀐 모습이라면 가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오래방(오락실 노래방)`이다.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은 젊은 학생들에게는 적은 돈으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리라. 구석진 곳에서 ‘테트리스’를 발견했다. 한때 3대까지 운영했지만 지금은 한 대만 남았다고 한다. 설이나 명절 등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다. "아직도 영업하시네요"라며 반갑게 찾는 이들. 어릴 적 기억으로 찾아온 전자오락실은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하는 중간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PC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수십년전 오락실에서도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지만 이제 우리들의 머릿속에서만 남아 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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