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벚꽃이 필 무렵이면 하동의 섬진강 하류에 가면 벚굴이라는 특이한 먹거리가 있다. 벚꽃이 필 무렵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벚굴이라고 하는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나는 굴이라 바다에서 나는 굴과는 사뭇 다른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함양의 백전면에도 해마다 벚꽃축제를 열만큼 벚나무가 많지만 벚나무와 함께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음식을 아직 찾지 못하여 조금 아쉽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기로 벚굴을 맛볼 수 있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기는 하지만 후루룩 입안으로 짭조름하게 단맛이 들어오는 굴이 있어 제법 견딜 만하다. 맛도 맛이지만 체질이 허약한 사람들은 겨울에 굴을 많이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하니 챙겨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해 먹으면 좋겠다. 거대한 폭풍과 같은 힘을 가진 포세이돈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 지진. 돌풍의 신인데 그의 그 위대한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혹시 바다의 우유 혹은 바다의 소고기로 불리는 굴을 날마다 먹은 덕분은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해본다. 며칠만 있으면 곧 입춘이라는데 다시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 겨우내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겨울 끝자락의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식재료로 굴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라 글리코겐 함량이 많고 향과 맛도 가장 좋으므로 지금 충분히 먹어두면 몸이 나른해지는 봄에 보약 없이도 거뜬할 것이다. 서양에서도 굴은 강장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날 해산물을 먹지 않는 그들도 굴에는 부족한 Vitamin C의 보충을 위해 레몬을 곁들인 생굴은 먹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하지는 않았다. 레몬즙과 같이 먹는 굴은 세균 번식이 억제되고 살균효과가 있다. 굴은 한방에서는 석화(石花) 또는 모려(牡蠣)라고 불리는데 우리 조상들은 음식으로도 먹고 약으로도 두루 먹어왔다. 차거나 뜨겁지 않고 평한 음식이라 자주 많이 먹어도 좋으며 약간 떫고 짜나 단맛을 가지고 있어 식감 또한 좋은 편이다. 간과 신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식품이라 과로에 시달리는 남성이나 자라나는 어린이. 허약한 노인 등 누구에게나 이로운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굴은 면역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뭉친 것을 풀어 담과 종기를 삭이고 진액이 부족한 몸을 촉촉이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양기를 잠재워 심신을 안정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러므로 불안하여 잠을 못 자는 사람이나 산후에 젖이 부족한 사람은 굴죽을 쑤어 먹으면 효과가 있다. 허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굴죽은 좋은 음식이 된다. 세조 4년(1460년) 궁중 어의였던 전순의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에도 굴에 대한 식이처방이 나오는데 신선한 굴을 구워먹으면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안색이 밝아진다고 하였으며. 신선한 굴을 쪄서 먹으면 심신이 허약하여 불안하고 잠을 못 이루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굴의 이런 체내 작용이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속담을 만들었을 것이다. 귀한 손님에게는 네모반듯하게 각을 잡아 정성껏 부친 굴전을 대접하였으며 서산의 특산품으로 알려진 어리굴젓은 임금께 올리는 진상품이었을 만큼 귀하고 훌륭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굴이라 하더라도 산란기(5월∼8월)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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