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대학생이 된 큰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제 2학년이 되어서 전공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사회과학대학 1학년 학생들 중에서 자기 혼자만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공 예약생들이 16명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과학계열 광역 모집으로 입학을 한 학생들이 무려 352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한 학생은 달랑 자기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S대에 다니고 있으면서 이왕이면 정치학과나 외교학과처럼 번듯한(?) 학과를 놔두고서 겨우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들만 둘인 우리 집은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그룹 채팅방이 있어서 누구라도 한 사람이 카톡으로 소식을 올려놓으면 가족 모두에게 똑같이 소식이 전달되고 있다. 큰아들의 카톡을 받은 나머지 세 식구들은 한결 같이 반기면서 축하를 해 주었다. 이번에 한동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작은 아들은 “교수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겠네ㅋㅋ 역시 꿈이 있는 사람이 가는 길이란...”이라면서 형을 은근히 부러워했고. 아내는 “그래. 뭐든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거야. 역시 앞서 가는 사람은 다르네”라며 아들을 추켜세워 주었다.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한 아들이 장하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들은 이번 기말고사에서도 거의 자기 반에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잘 하는 아이다. 지난 학기에도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시골에서 목회하고 있는 가난한 아빠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았던 착한 아들이다. 앞으로 대학원 공부도 해야 하고. 또 필요하면 유학도 가야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복무 기간은 길지만. 학비를 벌면서 군 복무를 하겠다면서 학사장교를 지원해 놓기도 했다. 그런 멋진 아들이 왜 하필이면 인기도 없는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사실 공부 좀 한다고 하는 이과 학생들은 몽땅 의대에 줄을 서고. 문과 학생들은 경영학과를 비롯한 일부 학과에만 몰리는 현상들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나 경영학과가 잘못 되었다거나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다 개인의 출세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구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려면 그만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지원한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기까지 했다.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4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던 아들은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북한 사람들의 인권과 그들의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해 왔던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탈북자들에 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으면서도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서 과외나 아르바이트는 한 번도 안 했으면서도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서 수학이나 영어. 국사 등을 가르쳐 왔다고 했다. 열심히 지도한 덕분에 그 중에 한 명이 이번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탈북자 문제는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점 교류가 인정이 되는 연세대학교나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을 같이 공부해서 북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겠다고 말했다. 아빠보다 더 넓은 마음과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소신을 가지고 농사는 짓는 사람들. 소신을 가지고 우편물을 나르는 사람들. 소신을 가지고 군청이나 학교. 그리고 병원이나 회사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일을 잘 감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자청해서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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