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겨울 추위의 고비라는 대한이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대한이 지났으니 곧 봄이 올 것 같은 착각 속에 희망이 보인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고 하였다. 소한 지나 대한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준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라 소한 무렵이 최고로 추운 것 같다. 예사 속담에 있는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말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추워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대한이 소한 집에 갔다가 얼어죽었다는 이야기를 재미로 자주 하셨다. 우리 고장하고야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일주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 하여.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하여 집안 손질과 행사를 해도 큰 탈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대한이 지나면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은 사방을 둘러봐도 녹지 않은 눈에 들판이 마치 죽은 것처럼 황량하지만 땅은 다만 죽지 않고 살아있다. 다만 난만한 봄을 위해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생명이 다 한 것 같은 것은 땅만이 아니고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죽은 것 같지만 활동을 줄이고 쉬면서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자연의 지혜와 참을성은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농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차라리 산촌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산촌의 겨울은 농촌보다 더 혹독하고 긴 법이지만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휴식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산촌에 불어온 변화로 인해 농한기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 지워야 하는 때가 되었다. 봄을 기다리면서 농한기를 쉬는 사람들보다는 이 농한기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만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겨울에 크게 힘을 쓰거나 노동력을 요하는 일들이 없었기에 눈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나무를 하러 다니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쉬기 때문에 조상들은 세 끼 밥을 먹는 일이 죄스럽다 하여 점심 한 끼는 죽을 먹었다고 한다.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으므로 투철한 노동정신을 발휘하는 눈물겨운 노력이며 절약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청정함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풍족하고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실외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겨울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이 추운 겨울을 지내는 지혜로운 방법은 춥다고 하여 활동을 줄이고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조상들이 살던 방법대로 꼭 하루 한 끼 죽을 먹고 살 필요는 없지만 소화하기 쉬운 음식의 재료를 골라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선조들의 생활방식을 따라 점심 한 끼나 저녁 한 끼를 가볍지만 보신. 보양하는 재료를 곁들인 죽을 끓여 먹는 것도 건강한 겨울을 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 가볍지만 몸을 가볍게 하며 건강하게 하는 죽에는 말린 밤가루를 이용한 죽. 산약(마)가루를 이용한 죽. 하수오를 이용한 죽. 황정. 인삼. 흑임자. 호두. 견과류죽 등 다양한 것이 있으므로 가끔 이용하면 가볍지만 건강한 겨울죽으로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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