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 만물상회 26년 종업원 권상근 ‘공개구혼장’ # 1988년 어느 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 평민당 총재집. 신새벽부터. 김 총재 자택은 인산인해. 현관 바닥에는(총재한테 눈도장 찍으려는) 정객들 구두가 수백 켤레.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어 보기가 흉했다. 이때 한 청년이 나타나 흐트러진 구두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김대중 총재는 윤철상이라는 청년을 전북 정읍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웠다. 이에 세간에서는 윤씨가 진정 국회의원 감이 되느냐고 쑥덕공론했다. 이에 김 총재. “그래. 그 친구(윤철상) 시골 고등학교 겨우 나왔다. 시골 촌놈이라 가진 것도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분명 국회의원 감이 아니지. 그러나. 나는 절대 그렇게 안 보네. 이 친구처럼 성실한 사람도 없어. 마치 광부가 지하 수백미터 어둠의 갱에서 곡괭이 하나로 광석을 캐듯 혼신의 힘으로 조금씩 자기계발을 해온 것을 나는 유심히 지켜보았네. 다른 비서들처럼 앞서지도 않고 항상 뒷전에서 주어진 자기 일을 묵묵히 해온 걸. 늘 밝은 웃음으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모습을 나는 지켜보았네. 이렇게 성실한 자가. 이렇게 남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원하네”   현재 노총각. 이 청년에게 배필감 급구(急求)!  # 1988년 어느 날. 함양 동문 4거리 만물상회. 문자 그대로 이 세상 모든 물건을 다 판다. 행사기념품. 만년필. 모나미볼펜. 바른손 공책. 퍼즐도구. 철물. 드레곤 볼 같은 완구류가 진열되어 있다. 13세 소년이 가게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다. 주인이 먼발치에서 유심히 소년을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2013년 1월. 필자는 가끔 이 만물상회에 들러 플러스펜. 노트를 구입한다. 만물상회에 들어서면 40대 청년(종업원)이 환한 웃음으로 고객을 반긴다. 필자는 이 청년에 대해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이런 잡화류 판매하는 만물상회에. 저렇게. 나이 많은 종업원이 과연 필요할까? 아무려나. 임금도 20대 초반이 아니라서 (주인이) 꽤 줘야 할텐데? 그런 궁금증을 누가 풀어준다. 예전 만물상회 옆에서 서점(강호서적)을 운영했던 K 선배. “응. 그 친구. 대단히 성실하지. 내가 서점할 때 스카웃하고 싶었다카이. 그 친구. 만물상회에서 근무한지 20하고 5년 넘었을 걸. 주인하고 종업원하고 관계가 남다르지. 주인은 종업원을 신뢰하고 종업원은 주인을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고. 이러니. 만물상회가 날로 번창할 수 밖에. 요즘 젊은 친구들하고 틀려. 이 친구를 취재해보게. 만난(萬難)의 역경을 돌파한 이력이 후학들에게 귀감이 될 터이니” 만물상회 종업원 권상근(73년생). 병곡면 대광마을 출신이다. 4세때 아버지를 잃었다. 천붕(天崩)! 이에 어머니는 돈 벌기 위해 대처로 나가고 형과 상근은 첫째 둘째 백부 집으로 들어간다. 어린 시절부터 상근은 부모 없는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안 받기 위해 매사 예의범절이 투철했다. 이 모습을 같은 마을 아저씨 유완수씨가 유심히 지켜보았다. 1988년 상근. 중2때. 유완수씨가 찾아와 “상근아. 언제까지 백부 댁에서 더부살이할 수 없잖는가. 독립해라. 이 아저씨가 너 뒤를 봐 줄터니 내 밑(만물상회)에서 일해라. 만물상회에서 주경야독하몬 나중 너도 이 사회의 동량이 될 수 있다” 해서. 상근은 중 2년말 만물상회 종업원이 된다. 중3은 만물상회에서 다녔다. “유완수 사장님 밑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장님한테서 성실을 배웠습니다. 또 절약정신을 배웠습니다. 저는 만물상회를 마치 제 분신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근무했지요. 사장님께서 주는 월급. 꼬박꼬박 저축. 꽤 많은 돈을 모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 봅니다. 만일 중 2때 유완수 사장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저라고 해서 거리의 부랑아가 되지 말라는 법 없잖아요. 그런 길 못 가게 저를 인도해주신 유완수 사장님. 내 인생의 진정한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상근은 만물상회에 근무하면서. 주인 아저씨 격려에 힘입어 대입검정고시 합격 방통대 경영학과에 입학한다. “벌써 만물상회에서 26년 근무했네요. 그 오랜 기간동안 저를 품어준 만물상회. 그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늘 올곧은 자세로 근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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