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어온 말 중에 ‘검은머리가 파뿌리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단순히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고 나는 늘 궁금하였다. 더 정확히는 세상에는 흰 빛깔을 가진 것들이 무수히 많은데 늙는다는 말의 대명사를 왜 하필이면 파뿌리에 비유한 것인지 궁금하였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무리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로 자주 등장하는 파뿌리라지만 음식을 할 때는 다듬어져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것이 보통인데 주례사에 등장할 만한 중요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하는 의문들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파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고 특히 총백(蔥白)이라 불리는 파뿌리에 대한 알고 나서는 그간의 나의 무지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백합과에 속하는 파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어서 생으로 각종 반찬에 양념으로 이용하고 국이나 국물이 있는 요리. 전 등에 넣기도 하며 육류나 어패류의 누린내와 비린내를 없애는데 사용해왔다. 현대인들은 거의 지키지 않는 풍속이지만 선조들은 움파를 매운맛을 가진 채소인 부추. 달래. 마늘. 승검초 등과 함께 오신채라 하여 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입춘음식으로 먹었었다.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야 하는 봄철에 나른하게 늘어지는 인체를 매운맛을 이용해 발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라 여겨진다. 파의 매운맛은 알릴디설파이드로 체내에서 비타민 B1의 이용률을 높여주고 살균. 살충 효과가 있으며 식욕을 증강시키고 한기를 몰아내며 혈중의 지질을 강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히 파의 뿌리를 포함한 인경(鱗莖)부분을 총백(蔥白)이라 부르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워 밖에서 들어와 막힌 모든 병증을 다스리는데 특히 한기로 인한 감기나 두통. 복통 등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파와 파뿌리를 자주 먹는 사람은 비록 체중이 많이 나가고 지방이 많다고 하더라도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으며 체질도 건강하다. 그러므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려면 파를 식탁에 자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파를 다듬는 날에 나는 육수로 쓸 국물을 끓인다. 대파를 다듬고 나온 파뿌리를 넣고 다시마. 멸치와 함께 국물을 내면 시원한 맛이 배가되어 좋을 뿐만 아니라 밥상에서 반찬으로는 만나기 쉽지 않은 파뿌리를 버리지 않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뿌리의 일부를 냉동고에 저장해두었다가 감기 걸린 식구가 있을 때는 꺼내서 생강이나 대추 등과 함께 끓여 차로 마시도록 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요즘처럼 매섭게 추운 날에는 파뿌리를 이용한 차를 끓여 마셔도 좋은데 총백(파뿌리) 다섯 뿌리와 배 한 개를 같이 넣고 푹 끓여 취향대로 꿀을 타서 먹는 차로 나는 이 차를 배나무 리(梨)와 함께 붙여 총백리차로 부른다. 익힌 파뿌리는 생으로 먹는 것과 달리 단맛이 나고 배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파의 따뜻한 성질이 인체를 따뜻하게 해주며 파의 매운맛은 우리 몸에 들어온 차고 나쁜 기운을 발산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건조해진 우리 몸에 진액을 생기게 해주며 해독하는 작용과 함께 살충하는 작용도 하니 참 좋은 차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영락없는 겨울이다. 파를 생각하면서 감기 걸리지 않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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