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학급마다 교실 정면 칠판 위 좌우 벽에 교훈과 급훈을 쓴 액자를 걸어두고 학생들로 하여금 수시로 보고 마음속에 새기도록 하였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않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덕목들이었다. 바르게 살 것과 열심히 노력할 것. 꿈을 키우고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 건강하고 굳세고 튼튼한 어린이가 될 것 등 자라는 어린이들이 꿈을 가지고 튼튼하고 바르게 자랄 것을 바라는 것들이었다. 교훈은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정하고 급훈은 그 반 담임 선생님이 정하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우리 반 급훈이 `바른 사람`이었다. 물론 교훈도 있었겠지만 잊어버린지 오래고 급훈만은 이 나이가 되도록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4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신택문이라는 분이셨는데 중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분으로 약 3년간을 우리들을 열심히 가르치셨다. 4학년이 되고 며칠 되지 않아서 선생님은 기존의 급훈을 떼고 새로운 급훈이라면서 액자를 걸었는데 `바른 사람` 이라고 간단히 넉자만 붓글씨로 크게 쓴 액자였다. 그 액자를 걸어두고 우리들이 큰 소리로 읽게 한 다음 급훈에 담긴 뜻을 장황하게 말씀하셨다. 말씀하신 내용을 자세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고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씀이었으리라 짐작은 간다. 그 후로도 선생님은 수시로 우리들로 하여금 급훈을 읽게 하시고 바른 사람이 될 것을 누누이 말씀 하셨다. 물론 교훈에 대하여서도 말씀을 하셨겠지만 교훈에 관한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바른 사람`이라는 급훈이 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4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살아오는데 나를 인도하는 좌우명이 되었다. ‘바르게 살아야한다’ 이게 어느새 나의 신념으로 굳어져서 인생의 고비마다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하였다. 그렇다! 사람은 바르게 살아야한다. 바른 사람이 되어야한다. 어떻게 사는 게 바르게 사는 것이냐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구구한 해설을 할 것도 없이 나는 그저 자기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게 바르게 사는 삶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직업의 귀천이나 재산의 빈부나 지위의 고하 같은 신분을 가름하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그가 얼마나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바른 삶을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믿고 있다. 세상에는 천한 일을 하고 가난한 살림을 꾸려나가면서도 바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높은 지위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호의호식하면서도 바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요사이 거의 매일 부정과 불의를 저지른 고급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 일부 실업인들의 더러운 얼굴들이 방송매체를 장식하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때로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가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나 하는 허무감이 들기도 한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뽑는 날이 닦아 온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전국을 누비며 많은 말들을 쏟아 내고 있다. 개중에는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 비방하는 말도 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공약들을 단지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늘어놓는 말도 있다. 상대를 비방하기를 일삼는 사람을 어찌 바른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으며 이룰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사람을 어찌 정직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번만은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정말로 깨끗하고 정직하며 성실한 `바른 사람`이어서 온 나라에 넘쳐나는 흙탕물을 말끔하게 씻어 낼 수 있는 `바른 대통령`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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