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148편 한선교 국회의원. 탤런트 박원숙 집안 이바지 만들어 준 강남 최고 전통요리 선생님 정소혜 여사 "일두 종가 요리법.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두 종가 전통 요리법. 어떤 게 있나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약과 율란 육포 정과 유과 엿 오징어 오리기 등을 하셨습니다. 쑥이 한창일 때는 쑥거리와 백편을 만드셨는데 그 정교함이란! 어린 나를 항상 감동시켰습니다. 얇은 편 위에 잣. 대추. 쑥갓잎. 국화잎. 곶감을 오려서 마치 수를 놓듯 매화나무를 장식하고 소문만복래 같은 글씨 새겨 넣어 찌던 떡의 맛.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조선말 관찰사 죽헌 정태현 어른 후손 # 톱스타 고현정. 지금은 솔로이지만 한때 로얄패밀리. 삼성가 며느리였다. 남편은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아들 정용진. 고현정은 이혼 후 이렇게 고백한다. “삼성가 생활은 고단했습니다. 그 집안. 워낙 품격이 있어 어릴 적부터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나로서는 적응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음식 하나 만들 때마다 품격있게 만들어야 했는데. 나는 그걸 잘 해낼 수가 없더군요. 강남에 전통음식 잘하는 분 집에 가서 개인교습을 배웠건만 전통음식 (잘 만든다는 게) 너무 어렵더군요. 어떤 음식을 만들 때 재료도 좋아야 하지만 우선 손맛이 뛰어나야 하는데 저 경우. 그 분야에서는 젬병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한국 양반가 전통요리. 요리 속에 깊은 울림이 있더군요. 주부로 태어났다면(?) 꼭 한번 배워볼 만한 기막힌 분야더군요” 서울 부유촌 강남에. 재벌가 며느리들이 비밀리에 전통음식 공부하는 교습소가 있다. 대표적 강사로는 한복려(궁중요리 전공. 중요무형문화재 제 38호) 교수. 재벌가 며느리들은 비싼 수업료를 치른 후 한 교수로부터 원소병. 오이갑장과 구절판. 제호탕 만드는 법을 배운다. 제호탕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한약재 다린 것으로써 궁중의 특별한 여름음료이다.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반죽. 경단을 만들어서 꿀물에 띄운 음료. # 올 여름. 지곡면 개평마을 정일품 농원 정도상 대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날씨도 더분데 뭐하노. 내 니한테 기사 제보 하나 할 끼 있다. 니(필자). 율란 아나?” “밤 율(栗)자에 알 난(卵) 말합니까?” “그래 그 율란. 우리 집안에 율란 잘하는 누이가 있다. 그 이 집에 가서 율란 묵자. 누이 사는 곳은 지곡면 주암마을이다. 글로(그곳으로) 오이라” 정도상 회장의 부름을 받고 주암마을을 찾았다. 숭양정 옆에 아름다운 양옥집. 정 대표 일가 누이가 산다. 그 분 댁에 당도하니 문제의 율란이 있었다. 율란은 삶은 밤 껍질을 벗겨서 체에 내리고 꿀로 버무려 밤톨처럼 빚은 과자다. 계핏가루도 들어간다. 정도상 대표의 말. “맛이 우떻노? 지기제?” 누룽지탕도 나왔다. 불린 표고버섯. 굴 소스. 죽순. 녹말. 새송이 버섯 브로콜리가 주재료. “맛이 대단합니다. 아니 맛보다는 음식 만든 이 내공과 기품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도상 대표가 음식 만든 이를 소개한다. “이 분은 조선말 죽헌 정태현 어른 후손이시다. 죽헌 어른은 관찰사를 거쳐 가선대부를 지내셨지. 어른께서는 벼슬을 마친 후 향리 주암으로 내려와 도숭산 남쪽에 숭양정(崇陽亭)을 세우고 후학을 양성하셨지. 폐일언 하고 (음식 만든) 저 분을 소개하면. 죽헌 어른 아드님 병훈선생과 홍욱희 여사 슬하인데 존함은 소혜. 지곡초를 나와 서울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나왔네. 부군은 산청 사람 박태성. 이 양반 집안도 대단하다네. 산청군 산등면 단계리에 가면 빼어난 한옥이 있는데. 이름하여 박인현 고가일세. 박인현 어른은 조선말 도부승지. 대사간을 지내셨지. 정소혜 부군 박태성은 박인현 어른 후예지. 정소혜 여사 이리로 좀 오 보소. 박태성씨는 럭키(LG 그룹) 중요역을 거쳐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기업을 경영한 CEO였는데 몇 해 전 부부는 서울생활 청산하고 이곳 주암마을에 와 소요유를 즐기고 있지. 보소. 정소혜 여사. 욜로 좀 오 보소. 그래. 소문에 따르면 정 여사 서울 계실 적.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인사 대경사가 있을 때 이바지를 만들어 줬다매?” 정소혜 여사. 희미하게 웃으며 “별 말씀을… 그냥 이웃에 경사가 생기면 부조하는 셈치고 인지상정으로 그냥 만들어줬을 뿐입니다” “저 분이 말이야. 국회의원 한선교. 탤런트 박원숙. 김영옥. 한솔 최현배 아드님 청량리 정신병원 최신해 박사 집에 이바지를 만들어 준 요리의 달인이라네” 이바지. 잔치를 뜻하는 ‘이바디’에서 변한 말로서 정성을 들여 음식 등을 보내 주는 일과 그 음식을 뜻한다. 이바지는 ‘잔치하다’라는 뜻을 가진 옛말 ‘이받다’에서 유래되었다. 옛날에는 혼례를 치르고 난 후에 신랑과 신부를 맞이하는 양가에서 큰상을 차리고 이를 사돈댁에 보내는 풍습을 ‘상수’라 하였는데. 요즘은 혼례음식으로 이바지 음식을 주는 것으로 변하였다. 이바지 음식을 크게 나누면 안주류 음식과 반찬류 음식. 떡. 과자가 있다. 안주 종류는 마른 것과 진 것이 있는데. 마른 것은 육포·어포·부각 등이며 진 안주는 갈비찜·생선찜·전유어·산적 등이다. 반찬류는 시집가서 새색시가 밥을 짓고 반찬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친정 어머니가 딸 생각을 해서 준비해서 주는 것이다. 그 종류는 자반·젓갈·구이·장아찌. 마른 찬 등이 있다. 떡과 과자는 이바지 음식에서 뺄 수 없는 것으로 찰떡·메떡·약과·강정·다식·정과·깨강정·엿 등이 있다. "함양 음식 발전 넘버 원 키워드는?" 정소혜 여사는 함양 일두 종가 전통요리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일두 종가란 조선 대학자 정여창 가문을 말한다. 정소혜 여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후손이다. “일두 종가 전통 요리법. 어떤 게 있나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약과. 율란. 육포. 정과. 유과. 엿. 오징어 오리기 등을 하셨습니다. 쑥이 한창일 때는 쑥거리와 백편을 만드셨는데. 그 정교함이란! 어린 나를 항상 감동시켰습니다. 얇은 편 위에 잣. 대추. 쑥갓잎. 국화잎. 곶감을 오려서 마치 수를 놓듯 매화나무를 장식하고 소문만복래 같은 글씨 새겨 넣어 찌던 떡의 맛.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일두 종가 제삿상에 올랐던 약과. 어떻게 만들까? 정소혜 여사 레시피를 따라가 보자. 재료는 밀가루(중력분) 4컵. 설탕 1컵. 계피가루 4T. 식용유와 정종을 반반씩 섞어서 1컵. 생강즙. 잣가루. “밀가루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섞어놓은 식용유와 정종을 밀가루에 넣고 반죽하죠. 도마에 반죽을 놓고 밀대로 밀어서 약과 모양을 만듭니다. 타래과나 과자 모양으로 찍어낼 때. 두께는 0.5cm. 길이는 5∼6cm 정도로 밀고. 사각형으로 만들 때에는 두께 1.5cm. 길이는 3∼4cm로 잘라 네 귀퉁이를 젓가락으로 찍어줍니다. 깊숙한 팬에 잠길 만큼 기름을 붓고 약과를 튀기죠”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믹서에 물을 조금 붓고 갈아서 설탕을 넣고 졸인다. 튀겨 놓은 약과에 생강즙을 얇게 펴서 바르고 잣가루를 뿌린다. ▲ 액자 안의 그림은 시댁 사랑채 - 정소혜 여사께서는 일전 함양군청 농업기술센터에서 종가음식 전수반 요리교육을 주도하셨죠? “정해일 성심병원장 사모님. 이지현 향토해설사님 등이 종가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종가음식 공부를 하셨습니다” - 앞으로도 종가 음식 전수교육을 계속 하실 건가요? “글쎄. 제 딴에는 고향 주부들을 위해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데. 원활한 종가전수반 운용을 위해선 함양군청 협조가 필요합니다” - 함양에도 전주 비빔밥. 이천 쌀밥. 부산 가야밀면 같은 명품요리가 있어야 관광객들로부터 호평 받을 터인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정소혜 여사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음식을 개발하면 함양이 식도락의 메카가 될까요? “그렇습니다. 관광의 제1 목적이 먹는 즐거움이지요. 함양에도 전주 비빔밥. 벌교 꼬막 같은 레저용 음식이 있다면 관광수입 창출에 큰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개평마을 종가집 전승 요리 같은 것을 발굴해 상품화하면 참 좋을 것 같죠? 해서 저는 고향 음식문화 발전에 일익 하고자. 최근 보잘 것 없는 글솜씨지만. 함양 종가 음식 & 약선 요리책 한 권을 상재했습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각종 산야초 등을 주재료로 한 맛깔스런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아무쪼록 이 요리책이 함양음식문화 발전에 작은 노둣돌이 되었으면 해요. 요리사진은 제 아들이 촬영했습니다. 교정은 딸이 맡았고요.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가는 책입니다. 책 속 주요내용으로는 육포만들기. 가지 치즈말이. 조개찜. 건파래볶음. 고추 부적. 오이 숙장아찌 등입니다" 책제목은 <부엌에서 들려주는 작은 지혜>. 요리책 속에는 요리 레시피 외. 정소혜 여사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종가음식전수반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이 실려져 있다. 정소혜 여사의 요리책을 탐독했다. 이 책 속에 함양 음식 발전 묘수(妙數)가 가득 차 있다. 함양 약선요리에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주간 함양 도서실에 이 요리책을 비치해 놨으니 시간 허락되면 신문사에 오셔서 열람하시길 바랍니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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