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설이 지났다. 대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함양에도 무지하게 많은 눈이 내려 일상의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지경이 되기도 하였다.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은 시기적으로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은 255도에 도달한 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음력 10월에 드는 입동(立冬)과 소설. 음력 11월에 드는 대설과 동지 그리고 12월의 소한(小寒). 대한(大寒)까지를 겨울이라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추분(秋分)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이라 여긴다. 특히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있어서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옛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 여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時維仲冬爲暢月)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大雪冬至是二節)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麋角解)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鶡鴠不鳴蚯蚓結)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荔乃挺出水泉動)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 ......’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 대설과 동지 무렵에 대한 위와 같은 글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대설과 동지를 전후로 한 시기가 한겨울에 해당하니 농사일이 정말 한가한 시기로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므로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라는 뜻일 것이다.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이 궁금한 이 계절에는 곳간에 있는 쌀을 퍼내어 조청을 고아 항아리에 담아두고 가래떡이라도 뽑아 찍어 먹는 재미를 빼면 너무 심심하여 이야기할 것이 별로 없다. 조청을 고아 먹는 재료로는 탄수화물을 가지고 있는 잡곡이면 웬만하면 다 가능하고 특별한 약성을 가진 호박이나 도라지. 무 등을 넣고 만드는 조청 등을 포함하면 아주 다양한 재료들의 조청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종류의 조청 중에는 감기로 고생하기 쉬운 계절이니 만큼 무나 도라지를 이용해 만든 조청이 있다. 떡을 찍어 먹는 등의 소극적인 섭취 방법 외에 각종 조리에 단맛을 내는 식재료로 사용한다면 추운 겨울에 건강한 식생활을 하기 위한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방부제 등의 첨가물로 범벅이 된 수많은 단맛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고 조청 같은 투박하나 건강한 우리의 전통적인 단맛을 잊지 않고 이어가는 식생활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에는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고 하였다.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실제로 보리 풍년이 든다는 말일 것이다. 올해는 대설에 대설이 내렸으니 두 말 할 것도 없이 내년의 보리농사는 풍년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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