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의 여파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한우 사육농가들이 또다시 사료값 상승과 한우가격 하락에 직면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함양지역 한우 사육농가들을 살릴 대책은 무엇일까. (사)전국한우협회 함양군지부 정창섭 지부장을 통해 농가의 어려움과 회생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창섭 지부장은 “사료 가격 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다 한우 출하 가격은 폭락하고 있어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우농가들의 힘겨움을 서두부터 꺼냈다. 그는 또 “30년 넘게 소를 키우면서 고비도 여러번 겪었지만 요즘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구제역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생계 자체가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사료 가격은 지난 연말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전기나 수도요금. 톱밥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인상됐다. 모든 사육비용이 인상된 가운데서도 오로지 한우 출하 가격만이 폭락한 상황이다. 군내에서도 한우 사육농가들은 포기 수준이다. 전체 1만5천두 가량 사육되고 있는 군에서는 몇 마리 키우던 사람들은 폐기하는 농가도 발생한다. 비교적 대농인 수십마리 키우던 농가들은 어쩔지 고민중이다. 단적인 예로 암송아지 한 마리가 다시 송아지를 낳기 위해서는 14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송아지 판매가는 60만원. 적자를 보면서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번식 농가는 그로기 상태라고 한다. 한우협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갖고 종자개량을 위한 사업 등을 진행중이지만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행정의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농가들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 지부장은 “국가 차원에서 한우의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미국이나 호주산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점유율을 뺏겨서는 안된다. 시장 점유율이 10%만 올라가도 대한민국 축산업이 모두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이후 사료가격이 또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해 미국의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값 인상률이 수십%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함양의 경우 들판이 좁아 대부분의 조사료를 외지나 수입산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함양축협에서 생산하고 있는 TMF사료도 농가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분기별로 분야별 강사 등을 초청해 특강을 실시하고 종자 개량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 효과도 대농들 사이에서 서서히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암울한 축산 현실 속에서 이것마저 얼마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정 지부장은 함양군의 축산 행정에 쓴소리를 냈다. 그는 “산삼이나 곶감에는 대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축산 농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함양의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인근의 거창이나 합천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거세시술비를 들었다. 군에서 지원하는 거세시술비는 2만5천원. 그러나 거창군의 경우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고급육 장려금의 경우 20만원을 지원하지만 거창군은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축산 담당 공무원의 숫자 등 인근 지자체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열악한 수준이다. 정 지부장은 “축산 농민들이 단결이 안 되는 책임도 있지만 군에서도 지원을 타 시군과 비슷하게 해줬으면 한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거창과 비슷한 사육 규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는 함양이 1만5천두. 거창이 3만5천두로 격차가 너무 심하게 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한우 100마리를 사육하는 정창섭 지부장. 지리적 입지와 영세한 군. 판로개척의 어려움 등 갖가지 어려움 속에 함양군의 축산 농가는 절망 속에 빠져들고 있다. 정창섭 지부장은 “현재 농가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농가에서 용기를 얻고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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