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19일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아주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어딜 가나 선거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글자 그대로 ‘선거정국’으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불과 20일 남짓한 짧은 선거운동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어찌 하루아침에 ‘대통령 감이다! 아니다!’를 말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대선 후보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정치철학까지도 이미 다 읽어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각자의 소신에 따라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골라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주는 일만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역시 우리 유권자들의 힘이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매우 단순해서 쉽게 흥분을 하기도 하고. 쉽게 현혹되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다. 남의 이야기를 할 것도 없이 필자의 경우가 그랬다. 유달리 의협심이 강하고. 입 바른 소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뭐든지 남의 흠을 짚어내는데 선수였다. 일전에 군청에 갔다가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포한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포스터에는 선거를 독려하는 내용의 글과 함께 ‘공명선거’라는 문구가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필자는 평소에 한문 읽기를 좋아하던 터라.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 앞마당에 서 있는 커다란 돌비석 사진 속의 ‘공명선거’라는 문구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그런데. 한문으로 써 있는 ‘공명선거’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필자는 쾌재를 외쳤다. 그것은 공명선거의 ‘명’자가 날 일(日)자에 달 월(月)자가 붙어 있어야 밝을 명(明)인데. 날 일(日)자가 아닌 눈 목(目)자에 달 월(月)자를 붙여서 써 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밝을 명(明)’도 모르는 선관위가 어떻게 공명선거를 하겠느냐는 투로 비아냥거리는 글과 함께 바로 SNS에 이 사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몇 분이 채 되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과연 스마트폰의 위력은 대단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올라온 댓글들의 내용은 한결같이 관계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꼬집는 내용들도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실수를 즐거워하면서. 뒷말하는 것에 쉽게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 언제가 모 초등학교 앞에 스쿨존이라는 표지판을 설치하면서 영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h`자 하나를 빼먹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행정당국은 졸지에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일수록 이런 잘못은 즉각 수정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해당기관에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리고 제대로 일을 하라고 엄하게 따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들의 실수를 즐기는 동안 댓글은 순식간에 5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 가까이 알고 지내는 지인 한 분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 분은 이 사실에 대해서 적극 해명을 하고 나섰다. 밝을 명(明)자를 날 일(日)로 하지 않고 눈 목(目)으로 한 것은 한자를 몰라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 예서체라고 해서 서예작품이나 조형작품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글씨체라고 했다. 예서체에서는 흔히 눈 목(目)에 달 월(月)을 붙여 써서. ‘밝게 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음은 그대로 ‘명’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까. 아주 오래 전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미 사건은 벌어지고 말아서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만약에 내 아내가 이런 실수를 범했었더라면 나는 분명히 아내를 불러서 면박을 주고 타박을 해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생각 같아서는 게시된 글을 삭제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신중치 못했던 나의 언행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해당 글과 댓글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기로 했다. 언제라도 그 글을 볼 때마다 남을 깎아 내리기를 좋아하고. 남의 흉을 보는 것을 즐겨왔던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그동안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를 금세 알게 되었다. 정의감과 의협심이라는 단어는 한낱 겉포장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성경은 남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 엄히 경계하고 있다. 내가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면 그 판단과 그 정죄의 잣대가 다시 내게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씀이다. 그런 생각을 해 보니. 목사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매우 부끄러울 뿐이었다. 이제라도 마음을 좀 넉넉하게 먹으면서 살아야겠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한 달만 지나고 나면 나도 이제 만 나이로도 50살이 되고 만다. 옛 어르신들은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고 해서 나이가 오십 살이 되면.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아는 나이라고들 하셨다. 이제 한 보름 정도만 지나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판단보다는 각 후보자들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봐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나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라는 식의 네거티브 선거가 아니라.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모두 승리하는 멋진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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