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태국 관광여행을 다닐 때 받은 느낌이다. 관광대국답게 아름다운 사원이며 궁궐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고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숙박 시설이며 먹거리 등 나무랄 데가 없을만큼 잘 꾸며 놓았기에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같이 간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였다. 수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때의 즐거움이 되살아나서 혼자 웃음 짓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여행의 잔영 중에는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인상은 금으로 치장한 사원도 아니고 넓은 들판이나 아름다운 공원이나 푸른 바다도 아니고 그 나라 국민들의 그 순하디 순하고 착하디 착한 눈빛이다. 관광 안내를 맡은 여인이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길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어찌도 그렇게 순할 수 있을까. 욕심이나 악의가 전혀 없는 마치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빛 그대로를 그들은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그들의 눈들을 보았지만 악의에 찬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두가 다정한 친구인양 부드럽고 순진하고 겸손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의 그 눈빛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인가를 상상해 보곤 하였다. 그렇다고 그들의 눈이 호수같이 맑고 깊고 검고 크고 먼 곳을 동경하는 듯 한 매력이 넘치는 그런 미인을 연상하는 눈이란 말은 아니다. 서양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크고 매혹적인 눈이나 예수님의 인자한 눈과는 거리가 멀지만 악기라고는 전혀 없는 순한 눈을 그들은 가졌다. 작고 못생긴 사람들이나 미끈하게 잘 생긴 여인들이나 남자나 여자나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가 한결같이 순하고 착한 눈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가 하는 말보다 그가 보내는 눈을 보라고 한 옛 성현들의 말과 같이 사람들은 그 마음을 눈으로 나타낸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할 때 태국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고 순하여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미스 지라풍이라는 현지 안내를 맡은 아가씨도 그 눈빛이 너무 순진하게 보여 그녀가 하는 말들이 모두 믿음이 갔다. 나는 그녀와 서툰 영어로 가끔 간단한 말을 나누었는데 대화를 하면서도 내내 그녀의 그 순진한 눈에서 내 눈을 떼지 못하였다. 식당에서 만난 식당 아주머니들이나 호텔의 안내원들. 짐을 날라주는 짐꾼들까지 모두가 착하고 순한 눈으로 우리들에게 정을 보내주었다. 우리들보다 못산다는 태국 사람들이 이렇게 순하고 착한 눈을 가졌는데 반해 물질적으로는 그들 보다 잘 산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빛은 거개가 매섭고 거칠어 순진한 빛이 없으니 웬 일일까. 나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연속극을 볼 때마다 나오는 일부 탤런트들의 매서운 눈이나 TV에 자주 등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날카로운 눈이 보기가 싫다. 태국 사람들처럼 순하고 착한 눈을 가진 사람들보다 상대를 째려보는 거칠고 독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몇 년 전 모 국무총리가 국회 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을 그의 특이한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보는 그 눈빛이 지금도 내 눈에 선하게 남아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호감을 얻으려면 우선 그 날카로운 눈빛을 부드럽게 고쳐야하지 않을까. 상대를 위압하고 상대를 멸시하는 그런 마음보다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드리는 그런 마음을 나타내는 눈빛을 가진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원래 우리 배달민족은 순진하고 법 없어도 사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었다. 중국인들도 우리들을 동방의 예의지국이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그런 우리 백성들 눈빛이 왜 이렇게 날카로워졌을까.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은 조선왕조 내내 탐관오리들에게 시달리며 살아오다가 일본 식민통치 하에서 헌병대나 경찰의 포학에 떨어야 했고 해방 후 좌우의 대립. 6.25전쟁 통에 내가 안 죽으려면 상대를 죽여야하는 처참한 세월을 보냈으니 눈에 살기를 띠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전쟁 후 산업화 사회로 진입하면서도 혹독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그 세월 속에서 우리 배달민족의 눈빛은 서서히 날카로워져갔을 것이다.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이루어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더 날카롭고 불만이 가득하여 그 눈빛들이 항상 사납기만 하다. 그 사나운 눈빛들이 어느 세월에 태국민처럼 부드럽고 순진한 눈빛으로 바뀔가. 나는 우리 이웃들이 물질적으로는 좀 아쉬운 생활을 하드라도 마음들이 순하여 모두가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그런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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