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 웅곡리 곰실마을 끝자락에 귀농 화가 이준일 화백(64)이 꾸민 미술관이 11월3일 문을 열었다. ‘곰 갤러리’라 이름지은 이 미술관은 60대 노 화백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함양의 자연에 반해 터를 잡은 지 1년 만에 지역민과 지인들을 위해 선물하는 것이다. 이준일 화백은 올해 봄부터 최근까지 지리산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낸 그림 30여점을 이번에 선보였다. 주제는 ‘곰실에서의 일상’. 상림의 상사화. 정여창 고택 담장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 지리산 계곡의 풍경 등 놓치기 쉬웠던 일상처럼 여겨졌던 함양의 자연이 그의 붓끝에서 살아났다. 전시회는 연말까지로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이 화백이 보여주는 지리산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고향은 대구로 함양에는 전혀 연고가 없다. 어떻게 함양땅 그것도 곰실마을에 터를 잡았을까. 방랑벽이 있는 그는 젊을 당시 전국은 물론 외국 곳곳을 다니며 풍경을 그렸다. 그러다 최근 지리산 둘레길은 물론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지인의 소개로 곰실마을에 자리를 잡게 됐다. 곰실마을 중턱에 자리잡은 작업장이자 갤러리인 그의 집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공사가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뼈대 등 그가 손대기 힘든 부분은 전문 업자들이. 나머지 대부분은 그의 손을 그쳤다. 아직 미완이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그의 집은 예술가의 미를 담아내고 있다. 내부는 1층 전시실과 접객실. 2층은 그의 침실을 비롯해 작업실 등이 자리 잡았다. 500여평 넓은 공간의 한 켠에 자리잡은 아담한 집 창가에는 그가 직접 깍은 곶감이 반겼다. 처음 깍은 것치고는 예쁘게 껍질을 벗겨냈다. 그는 집 주변에 30그루의 감나무도 심었다. 처음 잡아본 풀 깎는 기계도 생소하고 모든 농사일이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 완전히 터를 잡고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함양에 귀농한 것이다. 아들에게도 죽으면 화장해서 이곳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막상 귀농은 했는데 나이가 많다고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역에서는 이준일 화백에 대해 너무 생소하다. 곰실마을 주민들도 ‘그림 그리는 사람이 살고 있다’로 지역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해본 그의 경력은 대단했다. 대구 출신인 이준일 화백은 영남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만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으며 1985년 첫 작품전을 시작으로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22번의 개인전을. 1974년부터 국내외 여러 초대 기획전에 참여했다. 그는 미협 대구지회 부회장. 대구시미술위원회. 조형물심의위원회 등을 역임하고 계명대학교. 대구대학교. 경일대학교. 효성여자대학교. 대구예술대학교에 출강하고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에 재직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누드화` 전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실제로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국내는 물론 외국 등지를 다니며 많은 풍경화를 그렸다. 그런데 이슈가 되는 것은 누드화였다. 전시회를 하면 작은 기사로 내보내던 언론에서 누드 퍼포먼스 등을 한다고 하면 크게 기사를 실었다. 인터넷 등을 찾아보면 대부분이 누드 관련 기사들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함양에 정착한 이후에는 꽃 그림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꽃에 매료됐다. 꽃을 그리면서 꽃과 대화를 한다. 작업실에서 그리던 죽은 꽃과는 다르다.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잊고 지냈던 지인들이 많이 찾아 함양에 터를 잡은 것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고 있다. 그는 “아주 좋다. 잊고 있었던 옛날 지인들이 불현듯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의 지인들이 그가 함양에 터를 잡은 것을 알고 서울에서. 대전에서. 진주에서. 전라도에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그는 지난 11월3일 함양에서의 첫 작품 전시회에서 지인들과 곰실마을 이웃들을 함께 초청했다. 많은 지인들이 그를 보러 왔었지만 이웃들이 찾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전시회와 ‘집들이’를 겸해 이웃들을 위해 돼지머리 등 갖가지 음식들을 준비해 한바탕 잔치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농번기 등으로 인해 이웃들이 바빠 주민들은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현장에서 직접 그린 것이다. 그만큼 생생하다. 현장에서 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자신만의 기법으로 담아내고 싶은 부분을 그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준일 화백은 특이하게 햇빛 가리개 등으로 사용하는 블라인드 천에 그림을 그린다. 채색은 오일 파스텔로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준일 화백은 “번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함양의 자연 속에서 조용히 숨쉬며 살아 갈 수 있어 아주 좋다”라며 “자연과 함께. 이웃 주민과 함께 살기 좋은 함양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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