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 탱탱하던 대추. 그러나 따두면 언제인지 모르게 그 얼굴이 쭈글쭈글 붉게 변한다. 그래서 그러셨는지 할머니는 언제나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 두 개라도 집어먹기를 강요하셨다. 대추를 볼 대마다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나서 나는 꼭 한 개라도 집어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대추처럼 얼굴이 쪼글거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된 탓일 것이다. 그러나 대추. 먹지 않으면 늙는 것이 아니라 먹으면 노화를 방지하고 더디 늙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관혼상제의 상차림에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대추가 올라온다. 각종 병과(餠菓)에 쓰이는 것은 물론 혼인의 폐백 음식에도 중요하게 자리하고 밥과 탕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대추이다. 과일이면서 약재로도 쓰이는 대추는 <고려사>와 <동국이상국집>에 제물로 썼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수로 우리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적어도 고려시대 이전으로 올라가게 되며 구황식품으로 군대의 식량으로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추는 그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며. 비위가 허약하여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변이 지나치게 묽을 때. 혹은 몸이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을 때 쓰면 효과적이다. 병후나 산후. 혹은 몸이 허한 사람에게 기운을 나게 해주며 혈액을 자양시키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러므로 신경과민. 불면증. 히스테리. 갱년기 장애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약재이며 감초처럼 맹렬한 약성을 완화시키기도 해서 여러 약재를 함께 쓰는 한약처방에도 많이 쓰인다. 또한. 간을 보호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쉽게 늙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대추는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비타민C는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 비타민인데 대추의 비타민 C함량은 매우 높아서 귤의 7배나 된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은 물론 어린이나 노인의 간식거리로 적당하다. 생대추의 당 함유량은 20∼30%. 말린 대추는 55∼60%나 되어서 사탕수수나 사탕무보다 당 함유량이 더 높다. 따라서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 쉬우므로 비만자나 당뇨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대추는 차로 많이 이용하는데. 대추만 넣어도 좋고 대추와 생강을 함께 넣고 끓이면 더부룩한 증상을 예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겨울철 감기에 좋다. 대추는 또한 주술적인 의미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의 조상들은 대추의 붉은 색도 팥의 붉은 색처럼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고 생각하였으며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부적을 지니면 불행을 막아주고 병마가 범접할 수 없는 상서로운 힘을 갖는다고 믿어 자잘한 액세서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대추나무는 단단하여 방망이. 떡메. 떡살도 만들었는데 모질고 단단한 사람을 일컬어 ‘대추방망이’라고 부르기도 하니 선조들의 기지가 엿보이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할머니의 말씀에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무턱대고 먹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먹게 만들고 건강을 지키도록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배워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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