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가을과 겨울의 중턱에 놓여있는 달이다. 11월은 겨울을 준비하고 가을이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7일은 입동(立冬)이요. 22일은 소설(小雪)이다. 이처럼 11월은 마지막 가을인데 금년에는 겨울이 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보도에 이어 금년 겨울엔 혹한기가 찾아 올 것이라고 예고한다. 가을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어 따뜻하게 옷을 갈아입고 단풍진 들녘이나 남녘 산을 찾아 남은 가을이나마 만끽하고 싶다. 금년 11월은 그야말로 세계적 이벤트가 풍성한 달이다. 미국의 대선을 시작으로 중국의 전당대회 그리고 우리나라도 대선을 앞두고 3인의 대선주자들의 경합이 치열하며 야권주자의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있다. 늦가을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스산하다. 하나 둘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다. 온 산을 붉게 물들였던 화려하던 단풍도 그 빛이 시들어 낙엽지고 억새풀과 함께 쌀쌀한 날씨가 겨울 문턱으로 접어들고 우리네는 뜨거운 온천에서 남은 피로나마 풀어야겠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도 각자 주어진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각기 자기인생의 작품들을 만들어 간다. 나만의 독창성을 살리고 자신의 색깔을 입히며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끝이 다가온다.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조바심이 난다. 2012년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한해의 작품을 마무리하기 위해 손놀림이 빨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매년 해를 열면서 올해 ‘꼭’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오가 다부졌다. 그러나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왠지 처진 어깨에 얹힌 짐만 무겁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꼭 했어야 했는데 왜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냈는지 서글퍼지기도 한다. 천성적인 게으름도 아닌데 미루기 십상이고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 자신이 참으로 처연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눈들에게 미안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뻔뻔스러워져 가는 내 자신이 밉기도 하다. 11월의 마지막 가을은 두 손 높이 들고 애절하게 기도하는 계절이다. 못 다한 사연들과 함께 그리운 이를 향해 기도하는 계절이다. 김현승(金顯承) 시인의 ‘가을의 기도’ 전문이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격랑의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가을의 문턱에 서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시인의 노래가 내 안에서도 흘러나온다. “올 가을엔 정녕 모든 사람들이 단풍잎처럼 사랑으로 붉게 물들게 하시고 저들에게 맑은 영혼을 허락하사 지혜를 담아 빈 가슴 가슴마다 사랑을 노래하게 하옵소서!” 어느 듯 한 해의 끝자락까지 오게 되었다. 못 다한 일들을 챙기고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미소라도 지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지막 한 마디. 우리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의 언어를 정성을 다해 간절한 기도로 묶어 내 마음을 전하여보자. “... 이 가을. 작은 마음에 피어나는 그 어떤 것도 감사이게 하소서. 맑은 영혼이 절로 고개 숙여. 존재함에 대한 순간순간들이 축복임을 알게 하소서. 올 가을엔 뜨거운 기도를 드리는 기쁜 계절이게 하소서...” 한 여류 시인의 싯귀가 내 귀에 맴돈다.      주간함양신문(news-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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