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달 성남에서 비건 요리를 만드는 세프의 귀감 덕장 방문 이후로 내가 만드는 곶감의 당도가 궁금해졌습니다. 비건 요리에 넣고 있는 대추야자(80브릭스)가 너무 달고 부담스러워 50브릭스 정도 되는 곶감을 찾아 대체하려고 고당도 곶감을 만드는 농장을 수소문하다가 지리산 오지까지 찾아왔다는데 내가 만든 대봉 곶감을 먹어보더니 대뜸 55브릭스 정도 되겠다며 좋아했습니다. 나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아무려면 곶감 당도가 50브릭스를 넘어갈까 싶었습니다. 브릭스라는 수치에 대한 감이 없는 내가 짐작하고 있는 곶감의 당도는 대략 20브릭스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듣기로 샤인머스켓이 18브릭스 이상 되면 맛이 잘 든 상품으로 출하된다고 하는데 과잉 생산으로 12브릭스도 안 되는 샤인머스켓이 시중에 많이 풀려 체면을 구기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트에서 내가 사먹은 샤인머스켓은 대부분 맛이 없어서 샐러드 만드는데 넣어 겨우 먹곤 했습니다. 운이 없었던지 12브릭스도 안 되는 것들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곶감이 무려 55브릭스라니... 한번은 이마트에서 11브릭스 딸기라며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11브릭스 라면 그다지 당도가 높은 것이 아닐 텐데 자랑처럼 표기를 하고 판매를 하는 것을 보면 딸기의 당도는 그 정도인가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딸기는 가격도 워낙 비싸서 일반 서민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귀족 채소가 되었지요. 올해는 사과도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한 봉지에 꼴랑 다섯 알 넣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큰 맘 먹고 한 봉지 사서 먹어보면 기대했던 맛도 아닙니다. 비싸게 구입해서 당도라도 높으면 위안이 될 텐데 그도 저도 아닌 경우는 정말 실망스럽지요. 물론 포도나 딸기, 사과에 비해 곶감이 단맛을 농축시킨 건과일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50브릭스가 넘어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당도측정기를 알아보다가 결국 질렀습니다. 궁금증 해소 비용으로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사실을 알고는 싶었습니다. 당도측정기를 받자마자 판매중인 고종시 실속형 곶감을 한 개 올려보았는데 헉~ 52.7 브릭스가 나왔습니다. 내가 만든 곶감은 여섯 번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 것이라 당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에 과일 당도가 50브릭스를 넘기다니... 성남에서 온 비건 요리 세프의 입이 바로 당도측정기였던 것입니다. 미리 알았으면 올해 새로 만든 선물세트 포장재 디자인에 귀감50이라는 마크를 하나 도안해 넣었을 것입니다. 50브릭스 보장 고당도 곶감이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아직 설날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오늘은 반갑게도 단골 기업 고객으로부터 설날선물세트 예약 주문을 받았습니다. 담당 직원과 통화 중 갑자기 자랑이 하고 싶어져서 주문한 곶감 당도가 50브릭스를 넘어가더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안 그래도 선물 받은 거래처에서 너무 좋아해서 명절마다 계속 주문을 한다고 합니다. 곶감 당도가 이 정도면 맛있다는 말보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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