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벼 품종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밥의 맛과 통일벼 이후 개발된 벼 품종 중 어떤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지, 쌀 시장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쌀 품질은 밥맛으로 좌우되는데 밥맛은 벼 품종과 재배 지역, 토양, 기상조건, 비료, 물 관리, 건조, 도정, 저장관리, 밥솥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는 밥맛을 오감으로 느낀다. 밥 짓는 소리와 뜸이 들 때 나는 수증기의 구수한 쌀밥 냄새는 식욕을 자극한다. 밥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기가 고르고 하얀색의 윤기가 반지르르하니 탱글탱글한 알곡은 식감도 좋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좋아하는 밥맛의 결정적인 요인은 밥알의 찰진 정도이다. 밥의 찰기는 어떤 종류의 탄수화물 성분 비율이 높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찰기가 없는 탄수화물인 아밀로스와 찰기가 있는 아밀로펙틴 두 종류의 비율에 따라 찰기가 다르다. 찹쌀은 아밀로스 비율이 매우 낮으며 동남아 지역의 인디카 쌀은 아밀로스 비율이 높다. 우리가 먹는 보통의 쌀밥은 아밀로스 탄수화물의 비율이 18% 내외이다. 또한 단백질 함유량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지는데 단백질 함유량이 높으면 밥이 거칠고 잡냄새가 많이 나 단백질 함유량이 낮은 쌀의 밥맛이 좋다. 대한민국 최고품질 쌀의 단백질 함유량은 5~8% 수준이다. 함양군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삼광벼는 5.7%, 조영벼 6.9%, 영호진미 6.0%, 추청벼가 6.6%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벼 품종은 2021년 기준으로 342종이며 식재된 품종은 196종이다. 상위 10개 품종이 전체 재배면적의 72%를 차지하고, 5개 품종이 58%를 차지한다.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벼 품종부터 보면 1위가 “신동진벼”, 2위가 “삼광벼”, 3위가 “새청무”, 일품벼, 새일미벼, 추청벼, 영호진미, 친들, 신동진찰, 새누리벼 순이다. 신동진벼는 밥맛이 좋고, 단위 면적당 생산성도 높아 재배면적이 넓다. 농가 소득증대 차원에서 선호하여 전라북도에서 64%, 전남지역의 논 25%에서 재배되고 있다.   2021년도 각 도별로 많이 재배되었던 품종을 살펴보면 경기도에서는 추청벼 32%, 충청남도는 삼광벼 54%, 전남은 새청무가 44%, 경남은 영호진미가 32%, 경북지역은 일품벼가 56%, 강원도은 오대벼가 많이 재배됐다. 상기 품종들은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도 많고 밥맛도 뛰어나 농가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 좋은 품종 개발로 보릿고개가 없어지고 최고 품질 쌀 생산도 증대되었지만 시대가 변하여 이제는 밥맛이 좋아도 쌀밥을 먹지 않는다. 199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20kg였고 2000년 93.6kg, 2011년 71.2kg, 2021년 56.9kg으로 줄어들었다. 생활방식의 변화와 식습관의 서구화로 쌀밥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벼 재배면적이 줄어 쌀 생산량도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쌀 소비량이 더 큰 폭으로 줄어 쌀 공급과잉이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어 현재의 쌀 시장은 판매 전쟁 중이다. 공급과잉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여 근근이 넘어가고 있지만 초과 공급된 쌀 재고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농가 소득 보장이나 농지보전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 쌀 생산량을 줄이든지 소비 촉진으로 소비량을 늘려야 한다. 시장 공급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격리, 생산조정제 도입, 환경보전 직불제, 사료용 쌀 또는 가루용 쌀 생산 확대 등이 있으며 소비 촉진 운동으로는 식습관 복원, 쌀 가공식품 개발, 고품질 쌀 홍보 강화, 수탁판매제 도입 등이 있다. 매일 먹는 쌀이 모자라면 큰 문제고 남아도 걱정이다. 농촌을 지키고 농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지혜를 더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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