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곶감 판매에 도움이 될까 싶어 EBS ‘극한직업‘ 촬영을 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EBS는 교육방송이라 시청자가 별로 많지 않다고 하고 사실 지금은 햇곶감을 깎고 말리는데 전념해야할 시기지 판매에 집중할 때는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곶감 농가처럼 설날 전에 곶감을 소진하지 않고 연중 꾸준히 판매하기 때문에 햇곶감을 만들면서도 지난해 만든 곶감을 계속 출하해야할 상황이라 혹시나 하고 해본 것입니다. 엊그제 토요일 저녁 방송이 나왔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택배 기사가 깜짝 놀라는 표정에 내심 흐뭇했습니다. SNS로 곶감 홍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런 식의 방송 찬스를 이용하게 되니 정말 뜻밖입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종종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 첫 화면에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엄천골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습니다. 20년 이상 살면서도 말입니다. 물론 PD가 촬영을 잘해서 더 멋지게 보인 것도 있겠지만 엄천강에 가득한 물안개를 공중에서 드론으로 그려낸 시월 말 풍경은 수묵화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경에서 감을 수확하고 깎고 말리는 농부의 모습은 행복을 그림으로 그린 듯해 보였고 누구라도 그렇게 만든 건강한 곶감을 한 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방송정보 게시판에 스마트스토어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링크까지 걸어주었으니 농부에게 이런 극한찬스는 흔치 않는 일이라 어떻게 이런 기회가 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작가가 곶감 작업 풍경을 귀감 농장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했을 때 도대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을까 궁금은 했지만 물어볼 생각은 못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운송장을 엑셀 파일로 한방에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태 아무리 주문이 많아도 택배 프로그램에 한 건씩 탁탁 입력했기 때문에 방송찬스로 주문이 많이 들어와 송장 입력하는 일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아들이 “엑셀로 쉽게 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하더니 송장 작성과 운송장 번호 입력하는 발송처리까지 한방에 해버렸습니다. 내가 안경 끼고 독수리 타법으로 반나절은 족히 두드렸어야 할 일을 말입니다. 방송찬스에 아들찬스까지 정말 즐거웠습니다. 예전에도 방송을 탄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처럼 즐거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방송 중에 한꺼번에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는 바다에 떨어지는 눈발처럼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스마트 폰도 없었고 스토어 링크라는 것도 없었을 때였으니까요. 요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대세라고해서 얼마 전부터 함양농업인정보화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인스타그램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수업이 있는 날은 곶감작업을 쉬어가면서까지 열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송 같은 극한찬스는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것이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잘 배워놓으면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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