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면 외마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토종벌을 사육하고 있는 변계철(63세)씨. 변계철씨의 토종벌 농장은 지리산 천왕봉이 마주 보이는 해발 600미터 고지에 있다. 그야말로 이곳은 청정지역, 주위에 농사짓는 곳도 없어 농약 피해를 입을 일도 없다. 변계철씨는 현재 70통의 벌을 키우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이후 침울했던 꿀벌농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요즘이다.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이 전멸하면서 변계철씨 또한 벌을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됐다. 그러다 최근 지리산마천농협에서 토종벌복원사업을 추진하여 1년 만에 토종벌을 20통에서 70통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70개의 벌통에서 올해 처음 60대의 꿀을 따기도 했다. 이대로 벌이 잘 자라준다면 내년에는 150통까지 벌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토종꿀을 찾던 고객이 있었죠. 기다렸다는 듯이 주문을 하셔서 꿀이 모자랄 정도였죠.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꿀이 없어요” 요즘은 건강을 생각하며 꿀을 찾는 고객도 많다. 꿀 그대로 섭취하기도 하고 차로 마시거나 음식에도 많이 사용한다. “음식 할 때 꿀을 넣으면 윤기가 나고 맛이 더 좋아요. 그래도 꿀은 그냥 꿀떡꿀떡 먹는 게 최고죠” 이러한 성과도 처음부터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리산마천농협에서 2020년 토종벌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처음 10통을 분양받았지만 벌은 모두 죽어버렸다. 올해 분양받은 벌은 토종벌 개량종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상태다. 토종벌은 1년에 단 한번, 10월경에 꿀을 딴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천에 널린 꽃을 찾아다니는 토종벌은 꿀을 모아 두기 때문에 숙성이 돼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양봉은 꿀을 저장하지 않고 토종꿀은 저장하여 숙성과정을 거쳐요. 1년에 한번만 뜨니 꿀의 질도 좋도 향도 진하답니다” 특히 마천꿀은 다른 지역 꿀보다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마천에는 약초꽃나무가 많이 자란다. 봄부터 가을까지 벌을 찾지 못할 정도로 꽃의 양이 많다. 해발이 높은 청정지역에서 수 만가지 꽃에서 얻은 꿀, 이것이 마천꿀의 인기비결이다. 토종벌을 겨울을 잘 나야 한다. 건강하게 겨울을 나야 봄부터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무엇보다 보온이 중요하다. 외부환경에 매우 민감한 벌을 잘 키우는 것은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벌이 죽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애벌레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애벌레는 주위환경을 깨끗하게 해 주어야 해요. 화분에서 벌레가 생기니까 청결하게 해 주고 청소를 자주 해야죠” 변계철씨는 마천면 토종벌 생산농가 원년멤버다. 토종벌을 키운 지 40여년 정도 됐다. 20대 때부터 벌을 키운 변계철씨는 처음 몇 년간은 부산에서 오가며 부모님을 도와 벌을 키우다 본격적으로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토종벌이 한창 잘 되던 시기에는 400통 가량을 사육하기도 했으며 꿀이 많이 생산될 때는 벌 한 통당 꿀 7대씩을 따곤 했다. “마천면에 있는 분들 대부분이 토종벌 전문가들이죠.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집집마다 200~400통의 토종벌을 키우기도 했어요. 그 당시 마천 경제도 참 좋았죠” 마천면은 토종벌보호구역이다. 토종벌이 전멸하면서 이곳에 양봉이 들어온 상태지만 토종벌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복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종벌복원사업을 개인이 할 수는 없죠. 지리산마천농협에서 적극적으로 농가에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도 이렇게 토종벌을 다시 키울 수 있게 됐어요” 지리산마천토종꿀, 이제 옛 명성을 찾을 일도 머지 않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으로 만발하는 지리산. 꽃단지를 누비며 꿀을 찾아 떠났던 꿀벌이 마천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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