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곶감 철이 다가와 곶감을 깎기 시작했는데, 매년 이맘때면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이 생긴다.  올해는 곶감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원료 감을 보관하고 있던 대형 저온창고가 고장이 났다. 이 저온창고는 주인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운 좋게도 곶감 깎을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빌려서 쓰고 있는 것인데 큰 고장이 나서 비상이 걸렸다. 수리비가 800만원 든다는데 창고의 주인(영농조합)은 사용하지 않는 창고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 수리할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잠시 빌려 쓰는 내가 큰돈을 들여 수리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고장 난 창고는 비우기로 했다. 다급한 상황에 저온창고 수리업체에서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해왔다. 자기 회사에서 하루 만에 설치가 가능한 이동식 저온창고를 몇 개 보유하고 있는데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자재로 만든 것이라 저렴한 가격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귀가 솔깃하여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5평 정도의 크기로 저온만 되는데 800만원 이라고 한다. 높이가 3미터나 되어 박스를 상당히 많이 적재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비용문제로 포기를 하자 업체에서는 돈은 나중에 곶감을 팔아 줘도 된다는 더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해왔다. 아름다운 제안이었지만 이 일은 내가 곶감을 만들어돈을 벌자고 하는 것이지 저온창고 제작업체의 돈을 벌어주자고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귀감으로 변신할 수백 박스의 귀한 감이 물러지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나는 일단 곶감 깎는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감을 옮길 수 있는 저온창고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사실 곶감 농가에서 가지고 있는 저온창고는 대부분 3~5평짜리 소형이라 여유 저장 공간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주변에 알아볼만한 사람에게 다 연락을 해 보았는데 대부분 내 감 넣기에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나도 저온창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마찬가지로 소형이고 여기에도 이미 감이 가득 들어있는 상황이라 정말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다행히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여유 공간이 있는 저온창고를 수배해주어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농업회사의 창고를 빌리게 되었다. 여기도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단 급한 불은 막았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옮기는 작업은 순조로워 반나절의 수고로 잘 마무리 되었다. 라고 말 할 수 있다면 더 다행스런 일이었을 텐데 일은 유감스럽지만 쉽지가 않았다. 수백 박스의 감을 옮기려면 튼튼한 남자의 어깨가 필요한데 일을 도와주기로 한 힘센 사람이 나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 못 일어나서 미안하게 되었다는 사과를 일이 다 끝나고 받은 것은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설상가상 예보에 없던 비가 이어졌다. 안 그래도 비 오는 날을 피해 하루 연기한 작업인데 일을 하기로 한 힘센 남자는 오지 않고 오지 않기로 한 비가 대신 오는 것이다. 짐작에 저온 창고가 고장이 난 지 닷새는 족히 된 것 같은데 내 속이 다 홍시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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