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거창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팀장님으로부터 강의 의뢰를 받아 3년 동안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내가 살고 있는 함양에는 이와 같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왜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지역의 발전과 나아가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자라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나에게 거창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강의는 새로운 도약의 시작으로 열정을 품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함양의 바로 이웃집과 같은 거창처럼 함양도 반드시 청소년 시설과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당시 나는 무작정 군청으로 찾아갔으나 어떤 희망도 얻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청소년 인재 양성으로 지역의 발전에 도모하자는 나의 취지와는 달리 우리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할 수 있는 여러 축제로 지역을 알리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군청의 입장이였다. 그 후로도 몇 해 동안 담당자를 찾아갔지만 우리 지역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군청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청소년 수련관, 청소년 수련원, 청소년 문화의 집 등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유일한 곳이 바로 함양이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해 군수님을 비롯한 모든 군민들이 깊이 고민하고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함양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학교나 학원 외에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여가를 주로 PC방, 노래방, 카페에서 보내고 있다. 함양에는 청소년 상담센터 외에 딱히 청소년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소질 개발을 하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진학과 진로를 위한 정보를 제공받고 방향을 잡아줄 만한 청소년 지도사가 있는 시설이 전혀 없다.
그래서 2008년도에 창립한 청소년 비영리 단체인 흥사단 함양지부. 처음에는 13명의 단우에서 지금은 30여명의 중·고·대학생 아카데미 회원들과 20여명의 단우들이 청소년 인재 양성과 지역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외국 뿐만 아니라 전국에 지부를 두고 지부별로 왕성한 활동을 해 나가고 있지만 지자체의 협조가 열악한 함양지부는 여전히 음지에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찾아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듯이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함양 전체가 청소년 복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자식을 둔 부모로서 내 아이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길 원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지만 획기적인 프로그램 운영이나 시설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정으로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어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뜻을 함께한 청소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성인이 되어 타지역에 거주하면서도 함양 청소년 단체 회원으로 꾸준히 후원해주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도 우리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단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꿈이나 목표가 없어요” 라며 청소년들을 다그치거나 한탄하고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고 어른들이 해야 할 과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없는 함양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에 등불과 같다.
청소년들이 설 수 있는 공간, 청소년들이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쳐 높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상할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발벗고 앞장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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