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96장은자(隱者)의 맑은 흥취는 모두가 자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으로 이김을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함을 삼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함을 삼고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됨을 삼고 손님은 마중하거나 전송하지 않는 것으로 편안함을 삼는 도다. 만약 일단 겉치레에 사로잡히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든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말리라.<원문原文>幽人淸事(유인청사)는 纔在自適(재재자적)이라 故(고)로 酒以不勸爲歡(주이불권위환)하고 棋以不爭爲勝(기이부쟁위승)하며 笛以無腔爲適(적이무강위적)하고 琴以無絃爲高(금이무현위고)하며 會以不期約爲眞率(회이불기약위진솔)하고 客以不迎送爲坦夷(객이불영송위탄이)하나 若一牽文泥跡(약일견문니적)하면 便落塵世苦海矣(변락진세고해의) <해의解義>은밀하게 지내는 사람의 맑은 흥취는 곧 세속적인 형식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므로 일단 형식에 메이게 되면 아무리 깊은 산골에 숨어 살아도 역시 고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주註>幽人(유인) : 세속을 떠나 한가로히 지내는 사람. 淸事(청사) : 맑은 흥취. 腔(강) : 속이 빔. 坦夷(탄이) : 평탄함, 마음이 편안함. 牽文(견문) : 문채(文彩)에 이끌림, 곧 겉치레에 사로잡히는 것을 뜻함. 泥跡(이적) : 자취에 빠지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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