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깎아야하는데 일손이 하나도 없다. 올해 우리 집에서 곶감을 깎기로 예약된 놉이 유감스럽게도 모두 사정이 생겨 못하게 되었고, 설상가상 그 자리를 대신 하기로 되어있던 놉도 다른 일이 생겨 취소되었다. 올해는 작업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종시는 작년 두 배 이상으로 깎게 되었고 깎는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 대봉 감을 지난 해 반으로 줄였기에 놉이 두 배로 많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일손이 없는 것이다. 일손 부족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된 이유는 첫째 코로나 때문이다. 외국 인력이 방역 때문에 유입이 되지 않으니 그나마 부족한 국내 일손이 일이 쉽고 대우가 좋은 일터로 우선 가게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 주도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그나마 있던 노인 일손까지 내어주니 안 그래도 노인 일손밖에 없는 시골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이 문제를 한번 제기해보려고 면사무소에 가서 왜 농가에서 일손이 부족한 이 시기를 맞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하느냐고 했더니 이 사업은 행정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단체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그 단체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이니 주머니돈이 쌈지 돈인데 말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분명 좋은 사업이지만 시행 시기를 잘 조절해서 하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수혜자에게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현재 곶감 깎을 놉이 없는 사정은 양파농사가 많은 함양의 특수성 때문이다. 양파는 게르마늄 토양이 널리 분포되어 있는 함양의 특산물이라 주변에 양파 농사를 크게 하는 농가가 많다. 그런데 감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곶감을 깎기 시작하는 시기가 양파를 심어야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리고 양파는 들에서 하는 일이라 추위가 오고 땅이 얼어붙기 전에 끝을 내야하기 때문에 사실 양파 일이 곶감 일보다 시급하다. 그리고 일꾼의 일당도 힘들게 들에서 하는 양파 일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양파농가와 곶감농가의 일손 구하기 경쟁은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쨌든 수소문하여 남자 놉을 한명 구해서 아들과 나까지 남자 세 명이 곶감 깎기를 시작했다. 일년 내내 곶감을 파는 나는 지금도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 포장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도 만만찮다. 그리고 홍시용, 곶감용, 말랭이용 감을 예약한 고객이 많아 수확한 대봉감과 고종시 감을 선별하여 박스에 담아놓고 주문을 받아야하는데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래저래 마음만 바쁘고 일손은 없다. 하느님은 사람 손을 왜 두 개만 만들었을까? 다섯개 여섯개 쯤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한 손으로 감을 자동박피기에 붙여 깎고 두 손으로 깎은 감을 받아 손질(쉬야기라고 함)을 하고 나머지 두 손은 홍시용 감을 선별하여 포장하고 그러고도 만일 한 손이 남는다면 차도 한잔씩 마셔가며 일을 할 텐데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발도 두어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두 해전 곶감 덕장에서 낙상하여 수술한 발은 좀 쉬게 하고 튼튼한 발로 곶감 일을 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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