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다 빠져버렸어~ 하나도 없어~” 올해는 감 작황이 최악이다. 곶감 깎을 철이 코앞이라 원료 감을 준비해야하는데 올해는 곶감을 깎기 시작한 이래로 작황이 최악인 것 같다. 감은 해거리를 하기 때문에 한 해 걸러 풍년이 든다. 작년에 감 작황이 평년의 절반 이하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감 생산 농가들은 재미가 상당히 좋을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수확 철이 되니 나무에 감이 안 보인다. 지리산 인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국 감 산지가 대부분 그렇다. 감 산지인 상주, 영동 지역도 흉년이고 청도도 감이 없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 대봉감이 많이 생산되는 전라 지역도 작황이 최악이라고 한다. 작년에 홍시용, 곶감용 감이 부족해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올해는 아예 물건 자체가 없다. 지난 가을 길게 이어진 장마에 감이 대부분 낙과가 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미쳤다. 올해 첫서리는 상강보다 닷새 일찍 아주 심하게 내렸다. 감은 무서리 한두 번 맞히고 따면 더 맛있지만 이렇게 된서리가 내리면 망한다. 서리가 절기보다 닷새 정도 일찍 내릴 수는 있지만 된서리로 호되게 내리니 감나무 이파리가 종이처럼 바삭거린다. 할 수 없이 수확시기를 앞당겨서 고종시 감 수확을 시작했는데 예상 물량의 반이 안 된다. 미처 보지 못한 꼭지불량도 많이 나왔다. 대봉감도 수확하는데 기대한 물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두해 째 감작황이 이러하니 앞으로 곶감농사가 점점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곶감농가들은 대부분 감 농사를 직접 지어 곶감을 깎지만 수확량이 부족할 때에는 이웃농가에서 감을 구입해서 깎는다. 그런데 올해는 감 자체가 없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원료 감을 구입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원료 감을 구입해서 곶감을 깎아봤자 재미가 없겠기에 생산량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농가가 많이 나오게 된다. 영농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과학적으로 해도 하늘이 변덕을 부리면 농사는 어쩔 수가 없다. 서리를 맞은 감은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익어가기 때문에 홍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수확해야한다. 올해는 감 수확이 평년에 비해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빠르다. 농사지을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수확할 때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저 열매를 바라보고 기쁜 마음으로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손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감 수확을 도와줄 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예전 농촌에서는 품앗이로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제는 그런 전통이 사라진 듯하다. 대부분 가족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때로는 인력 소개소를 통해 일당 일꾼을 얻기도 한다. 며칠째 감을 수확하고 있는데 여간 힘들지가 않다. 작황이라도 좋으면 신이 날 텐데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아 더 힘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만큼이라도 거두게 해준 하늘에 감사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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