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물리학의 역사에서 아름다운 통합으로 불리는 전기와 자기의 결합, 즉 전자기학의 성립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연의 대칭성을 드러내고 이를 간결한 수학적 방정식의 형태로 기술할 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의 차원을 달리한 20세기 과학기술문명을 가능케 한 전기혁명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전자기학은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런데 통합이란 관점에서 이게 다가 아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 궁금증을 자아냈던 또 하나의 현상은 ‘빛’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빛의 속도이고 또 하나는 빛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빛의 속도에서 처음으로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 측정을 시도한 사람은 갈릴레이다. 그는 두 사람이 멀리 떨어진 두 산봉우리에 오르게 하여 한 사람이 횃불을 들자마자 다른 사람이 들게 함으로써 그 시간 차이를 재서 측정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방식으로 측정하기에 빛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던 것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천체관측이나 지상의 실험실에서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한 빛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으며 이미 19세기 중반에 현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의 정체성에 있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물질의 존재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입자이며 다른 하나는 파동이다. 이 두 성질은 완전히 반대이며 공존할 수 없다. 입자는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지는 대상이며, 파동은 이와 달리 퍼져있는 상태로 한 지점에 존재할 수 없다. 음파는 공기의 진동을 퍼져나가는데 동시에 여러 사람들의 귀에 전달된다. 바로 입자와 구분되는 음파의 파동성을 잘 알 수 있는 점이다. 빛은 그 정체성이 모호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들의 흐름이라고 생각했고 하위헌스와 같은 학자는 파동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두 상반되는 이론이 놀랍게도 빛이 보여주는 많은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 두 견해의 결판은 한참 후에 나게 되는데 아주 가까이 있는 이중 틈을 통과한 빛이 밝고 어두움이 반복되는 간섭무늬를 보임으로써 파동임이 입증되었다. 뉴턴의 주장이 폐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계속 남아있게 되는데 그것은 어떤 종류의 파동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기학을 완성한 맥스웰은 전기를 띤 입자의 진동이 특유의 파동 (전자기파)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마치 줄을 아래위로 흔들면 그 줄을 따라 파동이 전파되는 것과 유사하다. 맥스웰은 자신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멋지게 그가 주장한 파동의 속도를 계산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놀랍게도 당시 알려진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였다. 이 결과는 우연의 일치일까? 오랫동안 전기 자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빛의 속도를 측정하면서 정확히 얻은 빛의 속도와 맥스웰이 자신의 방정식으로 실제 빛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계산을 통해 유도해 낸 전자기파의 속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우연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빛이 바로 맥스웰이 주장한 바로 그 전자기파였던 것이다. 200년에 걸쳐 빛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실험물리학자인 헤르츠 (현재 우리가 주파수의 단위로 쓰고 있는 과학자의 이름)는 맥스웰의 방법으로 파동을 발생시켜 그 행동이 빛의 행동과 정확히 일치함을 입증했다. 이로써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이 하나의 현상으로 묶여졌다. 전혀 별개의 것처럼 여겨지는 전기, 자기와 빛은 이제 서로 연결된 현상인 것이다. 이후로도 빛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탄생시켰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많은 자연현상들은 제각기 나름의 특성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여전히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그들끼리의 공통점, 혹은 연관성들이 분명 잠재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현상이 어쩌면 우리와 너무나 친숙한 그 무엇과 사실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멋진 비밀을 드러내는 것도 과학의 중요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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