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시골의 어느 작은 집을 가도 전기가 끊어지면 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전기가 필수적인 삶의 조건으로 자리 잡은 시기는 불과 100년 전으로 인류문명사에서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전기를 발명하고 대량생산을 이루어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기현상은 우주의 기본적인 물질적 특성이며 일상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는 중력보다 매우 큰 힘인 전기력의 결과이다. 최초로 기록된 전기현상은 2,500년 전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호박(琥珀)’이라는 송진이 화석화된 보석을 털로 마찰시켰더니 깃털 같은 가벼운 물체를 당긴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훗날 17세기 전기와 자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실험과학자 길버트는 호박의 고대 그리스어 ‘일렉트론’(ἤλεκτρον)으로부터 전기를 electricity로 명명했다. 전기와 더불어 탈레스는 산에서 나온 광물 중에 밀고 당기는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현상이다. 막대자석이나 나침반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현상은 오랜 시간 매우 신비로운 현상으로 여겨졌다. 길버트는 자석의 이름도 지었는데 자성을 띠고 있는 광물이 많았던 고대 그리스의 ‘마그네시아’란 지역명으로부터 magnet라 불렀다. 그럼 인류가 어떻게 호박을 비벼 생기는 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기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을까? 흥미롭게도 이것은 전기와 자기의 협력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길버트 이후 과학자들은 두 현상을 독립적으로 연구하면서도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중력과는 달리 밀고 당기는 힘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후 두 힘이 연관되어 있음이 드러난 것은 아주 우연적 상황이었다. 18~19세기 전기, 자기, 화학 분야의 여러 발견들을 토대로 흥미로운 실험 이벤트를 보여주는 과학자들의 대중강연이 인기를 끌었다. 외르스테드란 과학자는 한 강연에서 전선에 전지를 연결하여 전류를 흘리자 우연히 옆에 놓여있던 나침반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전기현상이 자기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두 현상의 깊은 연관성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가 전류의 단위로 사용하는 ‘암페어(A)’의 주인공인 암페어는 이를 멋진 수학적 공식으로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위대한 실험물리학자 패러데이는 그와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다. 전류라는 전기현상이 자기력을 만들어낸다면, 자석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 실험은 성공이었다. 전지가 연결되지 않은 전선에 자석을 가져가 움직였더니 전류가 흐른 것이다. 우리는 이를 ‘패러데이의 유도법칙’이라 부르고 있다. 이처럼 두 현상의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내는 관련성이 확인되었다. 또한 패러데이의 유도법칙은 이제 언제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론적 초석을 만들었으며 결국 발전소가 세워진 것이다. 19세기말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맥스웰은 위와 같은 두 현상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맥스웰 방정식’이라는 아주 간단한 4개의 식을 유도하였으며, 우리는 여전히 전기와 자기에 관련된 모든 현상을 이해하고 기술하는데 맥스웰 방정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과학사에서 뉴턴의 만유인력에 의한 하늘과 땅의 통합 이후 일어난 또 하나의 극적인 통합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서로 다른 현상들의 공통적 특성을 추론하여 수학이란 추상적 도구를 이용해 일반적 법칙을 도출하는 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전기와 자기의 통합은 중요한 통합이며 둘의 대칭적 관계를 고려할 때 ‘아름다운 통합’으로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걸 아름답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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