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5월은 푸르름으로 눈부시다. 지난 5월21일이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이었다. 소만 무렵은 보리이삭이 여물어 가고 모내기로 바쁜 때이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넘기 힘들었다는 보릿고개인 춘궁기다. 이달은 일년 중 법정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버이 날, 어린이 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가정의 날, 세계인의 날 등 주로 가족과 관계되는 날들로 빼곡하다. 상도, 해신, 고래사냥, 불새, 별들의 고향 등 영화화되었던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고 타계한 최인호 작가는 35년간 샘터지에 가족이야기를 연재하여 가족에 대한 사랑과 대를 이어가며 식구가 늘어나는 기쁨과 애틋함을 전해줌으로써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모두가 살아온 것이 가족이야기였고 살아갈 시간을 가족이야기로 채워갈 것이다.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혈연이나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의 기초 집단이고 사회와 국가의 중요한 주춧돌이다. 예전에는 부부관계를 맺는 결혼이 일부 종교인을 제외하고는 청춘남녀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을 잡기도 힘들고 둥지를 틀 집 마련은 부모의 도움 없이는 더욱 불가능하여 결혼하기가 힘들어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비혼주의자도 늘고 있다. 직장을 가진 맞벌이 중에도 육아의 어려움 등으로 본인들만 편하고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도 늘어난다고 한다.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이 최우선 복지정책이라 생각된다. 세계의 날은 다문화권의 모든 사람들이 구분되거나 차별받지 않게 하고 다문화가정을 사랑으로 보듬어 함께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날이다. 가족은 가정이라는 둥지에서 함께 사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늙고 병든 부모들이 요양시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는 것은 요양시설이나 처우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랑해줄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배신감과 소외감 때문일 것이다. 어버이날 코로나로 부모님 가슴에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지 못해 죄스럽고 안타까운 효심 깊은 자녀들이 더 많겠지만 부양해야 하는 부모가 거추장스럽다는 마음으로 요양원에 보내는 자녀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족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사랑으로 보듬고 보살피며 함께 살아야 한다. 어린이 날, 입양의 날이 있는 이달에도 입양부모의 학대와 가혹 행위로 어린 입양아이가 저 세상 별이 된 사건의 재판이 있었다. 입양은 사랑을 크게 베푸는 자기희생의 숭고한 봉사다. 입양이 사랑의 가면을 쓰고 다른 목적이 되었을 때 입양아와 입양부모 모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렇듯 사회 곳곳에 사랑 부족증에 걸린 사랑 춘궁기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무한대로 퍼 올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우리 스스로가 사랑의 샘물을 퍼 올릴 두레박 끈을 끊어 사랑의 샘물을 가두어 두고 사는 불행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젊은이들의 발렌타인데이처럼 설렘은 없지만 내년 부부의 날에는 익숙하지 못해 쑥스럽겠지만 아내의 손을 잡고 상림을 산책해 볼 요량이다. 사랑의 달 5월이 다 가고 있다. 가슴에만 가두어 두었던 사랑의 샘물을 퍼 올려 사랑이 메마른 곳에 마중물로 써서 사랑 춘궁기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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