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떤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생존만을 생각한다면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분명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어떤 경우에는 의미 있는 삶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하루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대상들에 대해 잠깐이지만 미적 감동을 느끼며 이 순간이 즐거운 마음을 유지시켜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인간은 어떤 것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까? 이 물음은 물론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주관적 가치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대상이 완전히 상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최고의 작가들이 남긴 멋진 시, 음악, 미술 작품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미적 감동을 가져다준다. 물론 극소수의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위대한 철학자 칸트도 『판단력 비판』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임에도 보편적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했다.경험상 인간에게 자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마도 대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뭇 생명이 솟아오르는 봄철에 보는 많은 꽃들이 그러하고 시간이 갈수록 녹음이 짙어지는 푸른 숲과 그 속에서 울어대는 새소리의 아름다움 역시 인간을 즐겁게 한다. 나아가 어떤 한 스냅숏이 갖는 아름다움을 넘어 사계절의 변화로 모습을 달리하는 전체로서의 자연 자체는 가장 큰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학자들 역시 나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과학이 언어로 삼고 있는 수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수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는 2007년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라는 책을 통해 난해한 학문으로 여겨지는 수학, 물리학도 여러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학문임을 보여주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이 내놓은 책 제목도 『뷰티플 퀘스천-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과학』이다. 올해 출판된 프랑스 과학자들의 책은 『이토록 아름다운 물리학이라니』이다. 그렇다면 수학자나 과학자들은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답다 할까? 그 첫 번째 조건은 아마도 간결함일 것이다. 17세기에 나온 우주의 모든 운동을 기술하는 보편 법칙인 뉴턴의 운동법칙은 너무나도 간결한 형태다. 이 수식 하나로 하늘이든 땅이든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설명하고 또 운동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으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것은 직각삼각형을 이루는 세 숫자의 관계를 찾아낸 피타고라스 정리 이후 2000년 만에 인류가 찾아낸 가장 간결하면서도 보편적인 결론이다. 이 간결한 수식이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정확히 담고 있다는 것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두 번째 조건은 ‘대칭성(symmetry)’이다. 고대로부터 원을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도형으로 여겼는데 원의 특성은 회전시켜도 그 모습이 전혀 변하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회전대칭성이라 부른다. 이처럼 대칭성은 대상에 대해 어떤 변화를 주어도 전체 모습이나 내용이 변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정사각형은 90도 회전시킬 때마다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사각형도 대칭성이 있지만 임의의 각도의 회전에 대해 대칭성을 갖는 원에 비하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법칙에는 무수히 많은 대칭성이 들어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자연이 갖는 숨은 대칭성을 드러내 그 모습을 매우 간결한 형태의 표현으로 담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과학법칙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것이 과학을 공부하는 진정한 의미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모든 학문에서 아름다움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제외시켰다. 우리 아이들이 난해한 수학이 아닌 아름다움부터 배운다면 과학도 아주 재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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