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에 나오는 ‘외기횡형外氣橫形 내기지생內氣止生’은 “땅밖의 기운은 만물의 형체를 이루고, 땅속의 기운은 만물의 탄생을 주관한다”는 말로, 땅속의 기운은 물로써 작용하며 땅밖의 기운은 공기로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위치의 묘가 있는 장소는 지질적 형태나 순환궤도가 다르므로 물의 기운이 다르고 바람의 기운도 다른데, 풍수에서는 햇볕의 양(일조량)이 아닌 최적의 바람이 오는 방위를 좌향坐向으로 선택한다. 혈처穴處나 주택住宅의 주변을 순환하는 바람(空氣)의 세기 중에서 그곳의 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큰 결실을 맺기에 알맞은 양의 공기를 취할 수 있는 선택된 방위가 있고 풍수학은 이 방위를 좌향坐向(머리 쪽의 방위를 좌坐, 다리 쪽의 방위를 향向)이라 부른다.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어떤 좌향을 선택할 것인가는 청나라 조정동趙廷棟에 의해 ‘88향법’으로 법칙화되어 전해지고, 그 ‘88향법’에 의해 최적의 향에 맞게 놓아진 묘나 주택을 풍수지리학에서는 “향명당”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그 터에 영향을 주는 양기陽氣의 순환궤도와 그 양을 살펴 가장 알맞은 세기의 양기陽氣를 취하는 명당은 어떤 터라도 추가적인 비용이나 희생 없이도 선택이 가능하며, 정해진 땅 안에서 그 땅을 명당에 가깝게 만드는 비보책으로서 활용할 수가 있다. 더욱이 현대에는 경제적, 법적 제약으로 좋은 터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 장소에 묘나 주택을 설치하기가 어려우니 그 결과로 21세기 풍수학은 땅 명당 대신 향 명당으로서의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필자 또한 양택삼요陽宅三要 등의 풍수 관련 또는 천문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기氣의 실체를 논하는 도교나 민족고유 양생술 서적들을 통해서 공간의 방향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운氣運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믿고 있는데, 위의 내용과 관련된《장경》의 내용을 필자만의 학문적 관점에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대에 혼돈混沌의 상태(무극)에서 기氣(태극)가 생겨나고 그 속에서 음양陰陽이 분리되고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생겨 순환하는 것으로, 이는 곧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諸모든 제, 行움직이다, 순환하다 행, 無없을 무, 常변하지 않다 상)으로 우주만물은 늘 돌고 돌며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속에서 무릇 음양陰陽의 기氣는 내뿜으면 바람이요, 오르면 구름이요, 떨어지면 비요, 땅속을 돌아다니면 생기生氣가 된다. 바로 기氣의 순환循環인 것이다. 그 기氣는 바람을 타면 흩어져 버리니 풍風이요, 물을 만나면 멈추게 되는 것이니 수水니, 오는 기氣가 혈중의血中 기氣를 흘러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니 풍風과 수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땅속의 생기生氣가 머무는지 떠나는지, 즉 기氣를 머물게 하는 물을 얻는 득수得水가 으뜸이요, 기氣가 큰지 작은지를, 즉 기氣의 흐트러짐을 막고 최적의 바람을 얻는 장풍藏風이 그 다음이다”
결국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풍수지리학이란 바람과 물의 영향이 최적인 터(명당, 길지, 혈)를 찾는 방법과 과정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켜 놓은 학문으로, 땅 속에선 최적의 물(음기)을 품은 흙을 찾는 것으로 ‘水’요, 땅 밖에서는 최적의 공기(양기)가 불어오는 향을 선택하니 ‘風’이 되어 이 학문을 ‘풍수학風水學’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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