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70장 영욕(榮辱)에 놀라지 않으며 한가로이 뜰 앞에 꽃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무심히 하늘 밖에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맑은 하늘 밝은 달에 어느 하늘엔들 날아오르지 못하겠는가마는 부나비는 홀로 밤 촛불에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에 어느 물건인들 먹지 못하겠는가마는 올빼미는 오로지 썩은 쥐고기 만을 탐내는 구나. 아! 이 세상에 부나비나 올빼미같지 않은 사람이 그 몇이나 되리오.<원문原文>寵辱(총욕)을 不警(불경)하니 閒看庭前花開花落(한간정전화개화락)하고 去留無意)거류무의) 하니 漫隨天外雲卷雲舒(만수천외운권운서)로다. 晴空朗月(청공낭월)에 何天不可翶翔(하천불가고상)이리오마는 而飛蛾(이비아)는 獨投夜燭(독투야촉)하고 淸泉綠卉(청천녹훼)에 何物不可飮啄(하물불가음탁)이리오마는 而鴟鴞(이치효)는 偏嗜腐鼠(편기부서)하나니 噫(희)라 世之不爲飛蛾鴟鴞者(세지불위비아치효자)가 幾何人哉(기하인재)리오.<해의解義>마음껏 날아다닐 넓고 넓은 하늘이 있건만 부나비는 꽃 촛불 속에 뛰어들어 타죽으며 마음껏 먹고 마실 깨끗하고 상쾌한 음식이 많건만 올빼미는 꼭 썩은 쥐고기를 찾는다. 이 세상에 영욕과 부귀에 구애받음 없이 한가하고 유유한 마음으로 꽃이 피고 지는 것, 구름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달관의 경지에 노니는 사람은 참으로 드문 것이다.<주註>寵(총) : 은총, 영화. 漫(만) : 한가로이. 翶翔(고상) : 날아다님. 啄(탁) : 쪼아먹음. 鴟鴞(치효) : 올빼미. 哉(재) : 감탄의 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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