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필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공간적인 규모에 따른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간의 규모와 그에 해당하는 사실들을 연결시켜 볼 것이다. 원래 우주(宇宙)란 말은 천자문의 5, 6번째 나오는 글자로 ‘집우’, ‘집주’로 풀고 있다. 두 단어 모두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전한(前漢)시대 편찬된 백과사전격인 『회남자(淮南子)』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四方上下謂之宇, 往古來今謂之宙. ‘사방과 상하를 일컬어 우라고 하고,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주라고 한다’는 뜻이다. 즉 우는 공간적인 측면을, 주는 시간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에 관해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점이 주목된다. 사실 서양의 경우에 물리적으로 시간은 일정하게 흘러가는 변할 수 없는 양이라 생각해오다가 20세기 아인슈타인에 의해 탄생한 상대성이론에 이르러서야 시간 역시 공간과 동일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태양이지만 태양의 입장에서는 8분 전의 태양이라는 점에서 ‘지금’이라는 개념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시간 규모에 따른 다양한 현상들을 알아보자. 인간은 대략 100년 정도 수명을 갖는다. 영국에서 처음 일어난 산업혁명은 약 200년 전의 일이고 뉴턴의 과학학명은 350년 전의 일이다. 인류 문명은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00~5,000년 전에 발생했으며, 인류가 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한 시기는 신석기 혁명의 시대로 1만 년 전이다.
좀 더 과거로 가서 약 20만 년 전에 지금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생겨났고, 700만 년 전에는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6,500만 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파충류 공룡이 외계 운석과의 충돌에 의한 기후변화로 멸종하며 지질학적으로 중생대가 끝이 났고, 5억 4천만 년 전에는 생물의 종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7억 년 전에 최초로 동물이 생겼고, 10억 년 전에는 암수 구분이 생기면서 2세를 낳는 새로운 방식이 생겨났다.
30억 년 전에는 지구에 최초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등장하면서 지구 대기에 산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약 40억 년 전에는 지구에 최초로 생명이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보다 6억 년 전인 46억 년 전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형성되었으며, 약 50억 년 전에는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이 탄생했다. 즉 현재 우리의 태양은 50억 살이며, 앞으로도 50억 년은 더 빛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 생긴 별이 아니다. 최초의 별은 대략 130억 년 정도 전에 탄생했기 때문에 태양은 대략 3세대 정도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우주라고 하는 이 세상은 언제 탄생했을까? 현대의 관측과 계산에 의하면 ‘빅뱅(big bang)’에 의해 138억 년 전에 하나의 점으로부터 팽창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매우 난해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빅뱅 이후 3분이 지나고 나서 처음으로 별의 중요한 재료이자 가장 간단한 원소인 수소 원자가 만들어졌다.
반대로 얼마나 짧은 시간 규모가 우리 세계에 존재하고 있을까? 지구는 1년에 1회씩 태양을 돌고 있으며 1일에 1회씩 스스로 자전하고 있다. 달의 경우는 지구를 도는 시간과 자전시간이 1달로 비슷하며, 태양의 경우도 약 25일에 한 바퀴씩 회전하고 있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규모들이다. 우리의 심장은 1초에 1회 뛰고 있고, 우리 몸에는 뇌세포 신호를 포함해서 1초에서 1,000분의 1초 전후의 주기를 갖는 진동들이 배경에 있다. 원자 세계로 들어가면 그 진동은 더 작아져 수십 억 분의 1초에서 수조 분의 1초에까지 이른다. 마지막으로 소립자의 세계는 인간이 접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으로 1조 x 1억 분의 1초 동안만 존재했다가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많은 기본입자들이 우주를 채우고 있다. 시간의 규모에 있어서도 우리는 영겁과 찰나의 중간 정도에 살면서 양 극단을 상상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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