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이냐? 흐믓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흐뭇으로 정했다고 했을 때(아~흐믓~ 좋은 제목입니다~) 하고 흐믓해 했다. 머리글을 보내며 말미에 <흐믓이라는 흐믓한 제목으로 책이 나와 흐믓하다>라고 썼는데, 가만히 보니 흐믓이 아니고 흐뭇이 바른말인 거다. 근데 나는 우째 흐믓으로 알고 있었지? 머리글을 얼른 흐뭇으로 고쳐서 다시 보냈다. 고쳐서 보낼 때 내가 잘못알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잘못 써서 수정한다고만 했다. 살짝 창피했던 거다. 그런데 나처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책이 인쇄되고 서점에 배포되었는데 인터넷 서점 중 알라딘과 인터파크에서는 흐뭇이라는 단어로 검색이 안 되었다고 한다. 두 서점에서는 책 이름을 흐믓으로 잘못 등록한 거다. 정말 나는 우째 흐믓으로 알고 있었을까? 알고 보니 나처럼 흐믓으로 잘못알고 있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아니 많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흐믓은 흐뭇의 옛말이라고 되어있다. 내가 ‘흐믓한 달빛’으로 읽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메밀꽃이 필 무렵>에 나오는 구절을 찾아 확인해보니 흐뭇도 흐믓도 아닌 흐붓으로 나온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쨌든 올바른 표현은 흐뭇이다. 흐믓이 아니다. 그런데 흐뭇과 흐믓을 발음하며 입 모양을 비교해보면 재밌다. 흐뭇을 발음하면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며 앞으로 쑤욱 튀어 나오는데 흐믓을 발음하면 입술이 좌우로 그려지며 미소가 만들어진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흐뭇과 흐믓을 발음하는데 눈도 입모양을 따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서 흐믓을 발음하면 눈꼬리가 웃음을 머금고 위로 살짝 올라간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흐뭇보다 흐믓을 발음할 때 얼굴이 더 흐믓해 하는 것 같다. 책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흐뭇하게 읽었다는 독자를 만나면 나도 흐뭇하다. 흐믓하게 읽었다는 독자를 만나면 나도 흐믓하다. 페북에서 88세이신 노모의 후기를 접하고는 흐믓 흐믓하다. 올해 88세이신 친구 어머니께서 제가(*이성수) 친구 편에 보내드린 <흐뭇>을 보시고 아들에게 보내신 카톡입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뜻밖에 아들을 만나 어버이날 기쁘게 보냈네. 하나님께 주신 보너스에요. 성수가 준 책 중 한권 재밌게 읽고 있어요. 귀농해서 농사꾼이 되어 겪으며 일어나는 일상을 어떻게 그렇게 재밌게 썼는지! 나의 젊은 때 취미가 독서였는데 근 20년 동안 서울에 온 후로 책을 읽지 못했는데 내용이 힘들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나머지 한권도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어요. 성수가 참 고맙네! 늘 건강하고 매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요.♥”88세의 노모께서 책을 읽으시고 아들에게 톡으로 소감을 말씀하셨다니 놀랍다. 책을 내며 머리글 끝에 <이 책을 읽고 단 한 분이라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이라고 썼는데, 작은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흐뭇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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