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1일 한국 문화체험을 다녀왔답니다. 버스 2대로 다문화가족 80여명이 통도 환타지아와 언양 자수동굴을 다녀왔는데 한국은 어디를 가도 정말 멋지고 새롭네요. 언양 자수동굴은 땅속에 굴이 형성되어 있는데 땅속 동굴의 미로 같은 길을 멋지게 꾸며 놓아 신기하기도 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답니다. 특히 동굴 속의 공연은 환호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대단했는데 6명으로 구성된 필리핀 사람들의 곡예는 아슬아슬하고 한편 코믹하여 30분 내외의 공연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더군요. 두 번째 코스로 간 곳은 통도 환타지아인데 놀이시설이 많아서인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고 즐거워 하더군요. 다문화가족이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함께 한 시간들은 필리핀, 중국,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키르키즈스탄 등 출신 국적은 저마다 달라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함양군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이 지리산 산골을 떠나 한국 문화체험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다양한 곳을 경험한다는 것, 다양한 출신 국적이 함께 어울려서 한국어를 공용어로 대화하고 서로 살아가는 삶의 아픔과 행복 이야기를 나누는 것, 남편과 아이들과 가족이 모처럼 마음의 여유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러한 여러 유익한 일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소에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간단한 일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답니다. 이국 만리 타향에서 가족 형제 친지와 떨어져 한국 생활을 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외로움이 가슴 한 켠에 조금씩 존재한다고 생각 하는데요.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힐링의 시간을 다녀오니 푸르게 짙어가는 산과 들의 나무처럼 저의 마음도 싱그러움이 넘칩니다. 한국 생활 11년째를 맞으면서 두 아이는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고 사회에 대한 적응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눈을 뜬다고 해야 할까요.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의식이 저에게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나봐요. 처음 한국으로 시집 올 때만 해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한국의 경제 발전이 부럽고 좋았던 게 기억의 전부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가정에서도, 마을에서도, 아이의 학교에서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어느새 적응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주변 어느 곳을 둘러봐도 대부분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들. 마을 할머니 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농사일에 열심을 다하시고, 마을 대청소 등 공동으로 일을 할 때도 모두가 참여하며 공동체 의식을 보여 주시고, 마을을 이끌어 가는 분들도 희생과 봉사를 하면서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채워 주려 노력하시고, 어르신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한국 문화. 언젠가부터 마을 주민분들이 모여 식사를 하시거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저는 설거지나 청소 등을 돕고 동참하게 되었답니다. 얼마 전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이들 문제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하게 되었고 이 사회가 조금 더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리더로 또, 누군가는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문화체험, 단순한 놀러가는 것이 아닌 체험을 통한 배움이었습니다. 모든 분들의 마음이 저와 같을 거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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