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다. 수년 전 아내와 내가 쓴 일기를 모아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농부의 귀촌이야기’라는 수필집을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SNS에 올린 글을 엮어 ‘흐뭇’이라는 흐뭇한 제목으로 두 번째 수필집을 내게 되었다. ‘흐뭇’은 ‘두고두고 읽히는 책만 만든다’는 도서출판 올림에서 나왔다. 밭둑에서 나물 캐듯 쉽게 수확한 첫 번째 책과는 달리 ‘흐뭇’은 전문작가가 와서 사진도 찍고 출판사의 분야별 담당들이 계절을 두 번 바꾸어가며 정성을 들였다. 사실 올림은 자기계발서 전문 출판사이고 수필집은 해오던 분야가 아니지만 내가 페북에 올린 글을 페친(김찬배 박사/‘요청의 힘’ 저자)이 출판사에 소개(요청?)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평소 귀촌에 관심이 많은 출판사 대표가 농부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는데, 공을 들인 만큼 재미있게 읽히기를 기대해본다. 두고두고 읽히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독자들이 읽고 흐뭇한 미소를 한번 쯤 지어주면 나는 더 이상은 바라지 않겠다. ‘흐뭇’의 첫 번째 꼭지 <오천원 어치의 봄>에서 첫 번째 글은 <사랑의 힘, 무식의 힘>이다. 이 글은 내가 수년 전 여름 겹접시꽃이 필 때 장난스레 페북에 올린 걸로 기억하는데 출판사에서 발굴(?)해서 살짝 손을 보았다. 손을 보고나니 나도 “어라~이거 제법 시처럼 보이네~” 하고 속으로 큭큭 웃었다. 책의 뒤 표지에 “초보 농부가 국가대표 곶감 장인이 되기까지 행복한 좌충우돌 분투기” 라는 소개 글을 출판사에서 써 주었다. “귀농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조금은 어설픈 지리산 농부는 가족 말고도 딸린 식구가 많다. 주인을 집사로 아는 고고한 길냥이 수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양치기 개 사랑이와 오디, 풀이 무성한 게으른 농부의 밭을 서식처로 삼은 노루... 자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앞마당 지리산, 때로는 매운탕거리까지 제공하는 가족 풀장 엄천강. 그가 가꾸었거나 하늘이 선사한 꽃들의 향기. 사랑과 웃음, 음악과 문학 그리고 달콤한 곶감...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오천 원어치 꽃 한 다발에도 행복해지는 순수한 마음이 없다면.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 전혀 연고도 없는 산골마을로 귀촌한 도시내기 농부. 호미 한번 잡아본 적 없는 그가 이웃과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소소(小小)하고 소소(笑笑)한 일상 이야기가 흐뭇하게 펼쳐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책은 소개 글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용이 중요하다. 내가 만든 곶감이 맛있다고 고객이 아무리 입소문을 내어주어도 정작 먹는 사람 입맛에 맞아야 되는 것처럼 누가 아무리 재밌더라 하고 소개해도 읽는 사람 개개인이 재미를 느껴야 재밌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다.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즉시 오케이하고 출판 계약을 한 것은 오로지 온오프라인 친구들 때문이었다. SNS에 포스팅한 글이 “재밌으니 책을 한번 내어보라~ 책이 나오면 사보겠다” 며 등을 떠밀어주었기 때문에 용기를 낸 것이다. 이제 책이 나왔으니 힘을 보태준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만 남았다. 이제 막 출간되었는데 여기 저기 알리기도 전에 ‘흐뭇’은 교보문고 신간도서 수필 부문 상단에 올라있고 다른 서점들도 책이 잘 나간다고 한다.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우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