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새로 만들고 있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다 보니 15년 전 귀농하고 아내가 만든 홈페이지가 이제는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렸다. 워낙 골동품이다 보니 사진을 등록하는 절차가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어서 지지난 해 강아지 출산스토리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포스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홈페이지에 걸어놓은 배너를 통해 펜션 예약은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매달 서버 비용을 꼬박꼬박 물면서도 구닥다리 홈페이지를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도 신기하게 방문자 수는 꽤 많다. 홈페이지가 보편화되기 전에 남들보다 먼저 만들어서 꾸준히 유지해온 저력이 있어 방문자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동물이다.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번거롭지 않았다. 아니 너무 재미있었다. 디카로 찍은 사진을 저장하고 용량을 축소해서 이미지 주소를 부여하고 서버에 등록한 뒤 괄호 안에 소스 주소를 만들어 HTML로 게시판에 짜잔~하고 올리는데, 지금은 이 모든 절차가 클릭 한방에 되니 그동안 재미있기까지 했던 이 과정이 더는 유쾌하지 않은 것이다. 만일 당신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고속버스 타고 한숨 자고나면 동서울터미널 도착할 것을, 일단 부산에서 진주까지 가서 진주에서 대구행 버스로 갈아타고, 대구에서 다시 대전가는 기차로 갈아탄 뒤, 대전역에 내려 다시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겠는가? IT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이제 멀지않은 미래에 예측 불가능한 세상으로 바뀐다고 한다. 지금만 해도 SNS가 대세인데 홈페이지가 뭐 필요할까도 싶지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은 한 두 시간만 지나면 휘발해버리니 내가 필요할 때 그리고 고객이 원할 때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웹이나 모바일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연동형 홈페이지를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만들고 있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 마음만 먹으면 공부 좀 하고 인터넷에 떠다니는 공유 툴을 이용해서 직접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나이에 머리 싸매고 공부하느니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서로에게 바람직 한 것이다. 비록 내가 지불한 이 비용으로 한국의 IT 산업이 활성화되고 고용이 창출되어 청년 실업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한 나에게 홈페이지는 그동안 큰 힘이 되어주었다. 농산물 팔려고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할 거 없이 생산과정을 스토리로 만들어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면 사람들이 믿고 주문해주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걸어놓은 배너를 통해 펜션 예약도 꾸준히 들어왔다. 하지만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다보니 홈페이지도 이제는 리모델링이 필요해졌다. 홈페이지는 자연(green)의 혜택을 나눈다(share)는 의미로 쉐어그린이다. sharegreen.co.kr 이제 새로 만드는 스마트 페이지에는 <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를 매일 올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곶감도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올릴 것이다. 정원에서 찍은 장미 사진 뒤에는 펜션이 우연히 보이도록 할 것이고, 이웃 농가에서 생산한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사진도 멋지게 올려 방문객이 ‘그거 파는 거냐’고 물어보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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