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자기를 아끼고 존중하고 믿어라. 너무 자기 못 믿어 하지 말고. 남도 다 자기이기 때문에 다 존중하게 된다. 절로 존중하고 함께하고 연대하게 된다. 걱정하지 말라. 자기 긍정이라는 것이 아마 이렇게 시작하지 않나 싶다. 삶 자체가 태어나서 숨만 쉬어도 살만하다. 태어난 것 자체가 대 기적이다. 죽음 따위는 천번만번 있어도 걱정 없을 만큼 큰 기적이다.”
우리시대의 어른 ‘채현국’ 선생이 함양을 찾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진 말이다. 지난 4월11일 오후 7시30분부터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채현국(83) 선생의 강연. 거칠고 소박한 그의 말 속에는 80평생을 살아온 그의 삶과 고뇌, 그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진솔하게 녹아있었다. 함양시민연대에서 준비한 시민학교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우리 시대의 어른 ‘채현국’ 선생과 함께 다양한 우리와 우리시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생각하고 싶은 놀이마당이다. 이렇게 모인 분들에게 쉽게 책에도 없고 누가 말 안 해 주는 몇 가지 생각들을 내 말을 듣기보다 스스로 듣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제가 한 말 스스로를 위해 제발 잊으시고 스스로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별로 신통치 않은 말들이 나올 것이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당부로 시작된 그의 강연. 늦은 저녁 함양은 물론 거창 등지에서 몰려온 100여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함께 화내며 공감의 놀이마당이 만들어졌다.
“기억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여전히 우리는 기억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의 생각 기억해서 뭐하겠나. 지배자들이 지배하기 위해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는 기억하는 것과 아는 것, 기존 교육에 대한 강한 부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사람이 사는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주류사회에 끼이는 거, 끼이고 싶게 훈련되어서 끼이는 것이지 거기 끼인다고 해서 별로 행복하지 않다. 어려운 학교 나와 어려운 시험 치고 들어가도 오만 짓 다하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을 기존 정치인들을 빗대어 설명하며 훈련되고 길들여진 기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쌓아 나갈 것을 주문했다.
채현국 선생은 우리의 역사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얼마나 날조된 정부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 한자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쉽게 이야기해 ‘순’이 바로 무궁화다. 우리에게는 순이 싹이라고 밖에 남지 않았지만 순 자체가 우리말로 무궁화다. 방언으로 매일 핀다고 해서 ‘나날 꽃’이다. 우리가 무궁화의 자손이 아니라 순의 자손이라고 해서 무궁화다. 순이 동이족이기 때문이다. 맹자때까지는 동이가 오랑캐가 아니라 ‘이(夷)’가 ‘어질 인(仁)’과 같다는 뜻으로 즉 동이는 동쪽에 사는 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심오한 주제가 나오기도 했다. “살아있는 것 치고 안 죽는 것은 없다. 죽어야만 죽는 것이다. 죽기 전에는 절대 못 죽는다. 이것이 실제 죽음이다. 태어남과 죽음은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삶다운 것이다. 죽음의 두려움이 절절할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현 시대의 문제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여러분이 바라는 공부를 하면 그런 놈이 된다. 남을 우습게 모는 놈들. 능력이 되면 왜 그렇게 살겠나. 그 짓 밖에 해 먹을 수 없는 아들이다. 우리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서울대, 연고대 가라하며 그런 놈 만든다. 진정한 경쟁력이 아닌 허구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신가라(신세대)인데 가르치는 사람은 모두 구가라다. 배우고 싶게 알고 싶게 만드는 것이 선생이다. 가르치려 달려들면 안 되는 것이다.”
현재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채현국 선생은 자신의 가장 으뜸 되는 가르침에 대해 ‘자유로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알지 못하는 것이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은 지적 대상이 아니다. 빅뱅 이전을 어찌 알겠나. 시간과 공간이 없는데. 그것조차도 알지 못 한다지 모른다가 아니다. 열심히 천천히 굳건하게 자유로운 생각을 하면 된다. 나의 으뜸 가르침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자.”
끝으로 채현국 선생은 “서부경남 함양과 거창, 산청, 합천 연대하시라. 정말 함께 농사짓고 함께 살아가시라.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라며 이날 강연을 끝맺었다.
강대용 기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