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개미 둑에 미끄러진다(不躓於山而躓於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인데 위기나 위험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경구이다. 불통인사니 뭐니 온갖 비난과 비판에도 끄떡없던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이라는 하찮은 개미 둑에 의해 추락 붕괴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면서 세상의 이치를 새삼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지, 무능, 불통을 질타하는 목소리에 종북좌파 운운하며 깔아뭉갠 정권의 작태에 부화뇌동 했던 한사람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만 그저 촌부의 짧은 식견과 소위 좌파들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의 결과였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몰락이 아닐 수 없다.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을 그들의 비밀과 치부들이 속속들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보면서 물려줄 자식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렴과 결백을 믿었던 많은 국민들은 설마설마 그럴 리가 했었지만 결국 믿음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국가의 심장과 다름없는 청와대는 멈추었고, 대통령은 파면에 이어 영어의 몸이 되어 버렸으며, 국격과 국민적 자존심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국가와 대통령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책임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있고, 최순실은 대통령의 권력에 기생한 잡범이나 다름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어쨌거나 모든 게 사람을 잘 못쓴 대통령의 책임이 아닐 수 없고 파면이나 구속은 아무리 안타까워도 피할 수 없었다고 보여진다. 너나할 것 없고,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이 공인이라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비밀을 만드는 순간 그것이 그들을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개미 둑을 만드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비단 공인이 아니라 필부라 하더라도 한순간의 잘못된 욕심이 평생 씻기 어려운 화를 부른다.그 모든 화를 부르는 원초적 근원은 다 돈 아니던가! 자고로 마음 편히 천명을 누리려면 팔자에 없는 돈 욕심에서 벗어날 일이 아닌가 싶다. 자고나면 돈 걱정에 돈 타령으로 지나갈 하루가 우리 앞에 오겠지만 열심히 일해서 얻는 아름답고 귀한 돈만이 우리가 바라고 누릴 수 있는 돈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남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깃든 돈에서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언젠가 자신을 옥죄고 명예를 추락시키는 개미 둑이 될 뿐이다. 최근 뇌물을 받은 몇몇 군수들이 붙잡혀 가고, 권력에 기생하여 부를 축적하려 했던 업체 대표들도 하루아침에 명예도 돈도 다 놓치고 참담한 추락을 감당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이 평범하지만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하늘처럼 맑아 보이는 사람, 이슬에 젖은 채소처럼 풋풋한 사람에게서 구린 돈 냄새가 날 리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온화하지만 당당하여, 무엇에도 꿀릴 것 없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남이 걸어 갈 길을 열어 준다. 그런 지도자를 만나 행복해 지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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