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2년차. 20년에서 30년 이상 이장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햇병아리로 보일 수 있지만 이성미 관변마을 이장의 당찬 모습을 본다면 ‘과연’이라 할 것이다. 함양생활 21년째인 이성미 이장은 지난해 1월1일부터 관변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마을 이장은 마을의 심부름꾼입니다.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라고 생각하지요. 이장놀이.” 그녀가 말하는 이장놀이는 어떤 것일까. 거창이 고향인 그녀는 결혼과 함께 함양에 들어왔다. 그리고 30대부터 시작한 부녀회장을 8년간이나 맡았다. “이장과 부녀회장은 하는 일이 완전히 달라요. 부녀회장 할 때는 어버이날 어르신들을 위한 마을잔치만 열어주면 되었는데 이장은 너무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이장을 맡았지만 일부 어르신들은 그녀를 이장으로 대우해주지 않았다. ‘여자가 잘 하겠어’라는 은연중의 무시와 농사일이라곤 해보지 않은 그녀가 금방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마을 어르신들과 친해지기 위해 집집마다 들러 인사하고 숟가락 몇 개인지도 조사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돌고 풀을 뽑고 쓰레기를 주웠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이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찾으며 지난 1년간이 훌쩍 지났다. 전체 78가구의 관변마을, 함양읍의 관문에 있는 마을은 어느 곳보다 깨끗하다. 항상 이성미 이장이 쓰레기를 줍고 풀을 매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것뿐만이 아니다. 이장을 맡은 이후 지난 1년간 관변마을은 크고 작은 20여개의 사업을 따 올 수 있었다. 함양읍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이 관변이라고 할 정도다. 그녀가 이장을 맡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노후된 마을회관을 보수하고 마을 정자를 새로 만드는 등 어르신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속속 들어섰다. 그렇게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일을 추진하다 안 되면 읍장부터 시작해 군수, 의장에 국회의원까지 찾아갔다.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그녀의 악바리 같은 성격이 한몫을 했다. “마을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마을이장을 맡았으면 최고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지요” 그렇게 이장 첫해를 정신없이 보냈다. 그 노력의 결과인지 어르신들도 차츰 보는 눈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이장이라 부르지 않고 ‘아주머니’ 등으로 불렀는데, 이제는 이장이라고 정식으로 불러줘요.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마을 이장으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이다. “자제분이 안 계신 분들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시간이 늦어도 들에서 들어오지 않는 어르신들을 모시러 가고. 일을 찾으려면 한도 끝도 없어요” 이제는 어르신들이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힘들게 잡초를 뽑고 있으면 시원한 물도 가져다주시고, 상추며 양파며 고생한다며 집 앞에 놔두고 가시는 경우도 있어요. 누가 놔두고 가셨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뻐요.” 어느 누구보다 추진력이 강한 여장부 이성미 이장. “할 일이 천지예요 이장이 찾아서 해달라고 조르지 않으면 행정에서는 알아서 해주는 경우는 없어요.” 새벽부터 방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르신들로 인해 놀라기도 했다는 그녀. TV가 안 나온다. 물이 안 빠진다. 택시 불러 달라 등 민원도 각가지다. 이제는 마을 어르신들도 조금은 알아서 일을 한다. 그 만큼 어느 순간부터 마을의 단합까지 이뤘다. 겉으로는 당찬 그녀지만 몸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근육섬유통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몸에서 열이 나고 온몸이 아파온다. 병원에서도 스트레스 받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지만 그녀는 이장 일이 즐겁다. “일을 하다보면 힘들고 아픈 것은 다 잊게 되요. 그러고 집에 가면 아프지만” 그녀는 힘들지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봉사하는 즐거운 놀이로 이장을 맡고 있다. 48명의 함양읍 이장들 중에서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이성미 이장. 그녀는 적십자회 총무, 새마을부녀회협회 부회장, 전의경어머니회, 의용여성소방대원, 민방위대원,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위원 등 여러 사회활동을 펼쳐왔다. “그 동안 겪었던 것들보다 많은 것을 지난 1년 사이에 다 경험한 것 같아요. 힘들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냥 재미있게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자연스럽게 물러나면 될 것 같아요”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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