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한국에 돌아가기 전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기고 싶어 남편과 의논 끝에 부처(고타마 싯다르타) 탄생지 룸비니를 다녀왔답니다. 차 한대를 빌려서 우리부부와 두아이, 부모님, 언니부부와 언니 아들, 조카, 이렇게 운전기사까지 총11명이 카트만두 인근에서 룸비니까지의 대장정길에 올랐는데요. 부모님께서는 평생 단 한번 가보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군요.
출발은 새벽4시였는데 도착시간은 오후3시더군요. 중간에 점심식사 30분 외에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 안은 차창 밖 누렇게 익은 보리밭 풍경이 계절을 표현하듯 찜통더위로 모두들 녹초가 되고 지리산 설악산보다 더 높고 험준한 산악 꼬불길을 수십 고개는 더 넘고 깎아지른 절벽을 달리는 비포장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천길낭떠러지 아래 굽이쳐 흐르는 강은 그나마 무더위를 시각적으로나마 식혀주는 위안이 되더군요.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행렬은 먼지를 일으켜 달리면 앞이 보이지 않고 남편의 궁금증에 인도로 가는 고속도로(편도1차선)라서 그렇다는 운전기사님의 답변.
인도로 통하는 유일한 길, 우리는 그 길을 쉼 없이 달린지 11시간 만에 드디어 부처(고타마 싯다르타) 탄생지 룸비니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 풍경의 룸비니.
네팔 테라이지방 남부 히말라야 산맥 작은 언덕에 위치한 룸비니는 세계의 3대 종교중 하나인 불교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이며 전 세계 불교도에게는 경건한 성지입니다. 차에서 내리자 바로 코앞에 부처 탄생지로 들어가는 사원입구가 보이고 그때 까맣게 그을린 검은 피부의 남성이 다가와 숙소를 안내하겠다고 게스트하우스 룸1개에 1000루피 (한화12,000원정도)라고 합니다. 인원이 많아 방이 더 필요하고 깨끗하고 물이 잘 나와야 된다고 요구하니 따라 오랍니다. 침대 2개 있는 작은방에 사람 둘 들어가면 비좁을 정도의 샤워실. 큰방을 찾으려니 호텔을 비롯한 모든 숙박업소가 비슷합니다. 방 3개에 1800루피(한화 약2만원)를 주기로 하고 짐을 풀고 먼저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시원한 콜라(2.25리터/250루피/한화3,000원) 1병을 구입해 갈증을 식히고 선풍기 바람에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적당한 휴식 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모두 함께 숙소를 나와 부처 탄생지로 향했습니다. 입구에 밤 8시까지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안내표지판이 있고 입구 경비를 서는 사람도 있는데 입장료는 받지 않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릭사(사람이 끄는 수레)가 여러 대 있고 우릴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길도 모르고 듣기로 부처 탄생지를 비롯 한국, 중국 등의 절과 각 국적의 절들이 있는 넓고 방대하다하여 릭사를 탔는데 3분도 안되어 다 왔다고 하네요. 릭사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가봅니다. 100루피(한화1200원)를 강탈 당한 느낌에 남편과 마주보고 웃었습니다.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은 보시 한 느낌~
꽃나무길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드디어 부처탄생지와 마주하게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경비가 있고 모든 방문객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됩니다. 또한 외국인은 200루피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원 안에 들어가니 고대의 흔적들이 보이고 부처가 태어난 장소는 협소한 작은 공간이며 주변엔 네팔 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줄을 이은 방문객들 뒤로 순번이 된 우리도 절을 하고 작은 성심을 표한 후 사원 밖에 나와서 작은 연못과 보리수(사라수) 나무가 있는 동편에 가서 기념사진도 찍고 향불도 피웠습니다.
싯타르타의 어머니 마야데비 왕비가 아이를 낳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중 저기 저 사라수 나뭇가지를 선채로 잡고 진통하여 장차 부처가 될 아이를 낳았다고 전해지는~ 우리는 저녁 노을에 물든 주변 꽃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하여 추억의 사진을 찍고 룸비니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숙소로 돌아와 예약해둔 저녁 식사를 하고 그렇게 룸비니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5시 여러 나라 절을 보기 위해 사원이 있는 곳에 들어갔는데 수 만평의 넓은 장소를 둘러보기 위해 짚(오토바이크형 전동차)을 타고 일곱 군데의 사원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사원들 사이로 가로지른 끝없이 길게만 보이는 인공호수(도보로40분 소요거리)를 보트를 타고(1인40루피)서야 룸비니와의 안녕을 고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길에서 구워 파는 옥수수도 맛보고 계란과 토종닭도 삶아 먹는 여유를 맛보며 그제야 룸비니로 갈 때의 경주하듯 숨가쁜 일정과는 다른 행복한 여행자가 되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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