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 개평마을회관에는 신선한 봄나물과 멸치조림, 계란말이, 각종 쌈 채소, 봄 향기 가득한 쑥국 등 마을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한 가득 차려졌다.
“맛있어 보이지. 마을 엄마들의 정성이 들어간 밥이야” 마을 어머니들이 이곳에서 생산한 신선한 먹거리들로 정성 가득 마련한 어머니표 집밥이 한 상 가득 차렸다. 어머니들 4명이서 하루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는 정성 가득한 집밥. 그렇게 점심 식사가 준비되자 이제나 올까 문밖을 주시했다. “식으면 맛없는데. 따시게 먹어야하는데...” 개평마을 이장을 비롯해 개평농촌체험휴양마을 관계자들과 김흥식 문화원장을 비롯한 문화원 가족들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님은 누굴까. “오늘은 함양문화원의 ‘꼬신네 풍기는 날’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오늘은 8가족 28명이 신청했는데. 비가 와서 조금 늦나 봅니다” 이장님의 친절한 설명.
함양문화원에서 주관하는 ‘꼬신네 풍기는 날’은 함양의 문화재를 활용해 함양의 문화유신에 대한 군민들의 인식 제고 및 문화유산 보존, 활용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11시 30분이 넘어서자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참가자들이 마을 회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생후 6개월 최연소 참가자부터 귀여운 우산을 받쳐 든 어린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마을 회관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한적한 지곡 개평마을에 오랜만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간단한 프로그램 소개와 마을 주민 소개 이후 맛있는 점심식사 시간. 뷔페식으로 차려진 구수한 집밥을 알아본 듯한 아이가 ‘할머니가 해주신 밥이네’라며 한 주걱 듬뿍 밥을 담았다. 푸짐하고 따뜻한 집밥을 먹은 후 부른 배도 꺼줄 겸 한옥투어가 시작됐다. 추적추적 꾸준하게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앙증맞은 우산에 레인부츠까지 단단히 채비한 가족들이 일두고택 앞으로 모였다. 준비하고 있던 박행달 문화관광해설사의 맛깔스러운 해설이 곁들여 일두기념관부터 시작해 솟을대문, 사랑채, 안채 등 일두고택을 둘러봤다.
김해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영학씨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고택 문화의 멋을 알게 되어 잘 참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1박2일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갈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400년 전통의 한옥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한옥의 멋에 빠졌다.
다시 마을회관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문화원에서 준비한 체험프로그램은 ‘전통부각 만들기’, ‘전통 등 만들기’, ‘전통공연 관람 및 체험’ ,‘선비문화 체험’, 그리고 한옥체험까지 다양한 함양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전통 등 만들기는 한지공예가인 박명자씨가 진행했다. 미리 한지를 10장정도 겹쳐 만들어 둔 등에 색색의 한지를 붙여 마무리 짓는 작업. 색색가지 한지를 붙이는 작업에는 아이들도 함께 만들어 나갔다. 예쁘게 만든 한지 등에 소원지를 붙여 소원을 빌기도 했다. 직접 만든 전통 등에 불이 들어오자 신기했다. 이렇게 만든 전통 등은 이날 밤 밤마실을 나갈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어진 체험은 김과 깻잎에 찹쌀풀을 발라 만드는 부각. 엄마 아빠와 함께 고사리 손들이 모여 김에 풀을 바르고 참깨를 뿌려 예쁘게 모양을 냈다. 드디어 부각을 기름에 튀긴 시간. 멀찌감치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부각 튀기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끓는 기름에서 순식간에 튀겨지는 부각. 그리고 풍겨지는 꼬신내. 참가자들은 방금 만든 따뜻한 부각을 손에 들고 맛있게 먹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박소윤씨 가족은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보고 들어왔는데, 너무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담아 가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개평마을의 멋진 한옥도 배우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해설이 있는 전통 공연 및 체험과 석식, 한옥마을 밤마실 등 1일차 일정을 마무리하고 고택에서의 추억의 하룻밤을 즐겼다. 다음날에는 아침식사에 이은 초가집 모형 제작하기를 끝으로 1박 2일간의 꼬신내 풍기는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흥식 문화원장은 “지난 4년 전부터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 꼬신내 풍기는 날 행사는 이제 홍보가 많이 되어 찾는 분들이 아주 많다. 함양의 전통과 문화, 역사를 배우고, 함양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양문화원은 개평 한옥마을 꼬신내 풍기는 날 프로그램 이외에도 ‘해설이 있는 함양 한시(漢詩) 낭송회’, ‘깊은 산골, 단청(丹靑) 이야기’ 등 함양지역 다양한 문화재와 자산을 활용해 이를 알리는 프로그램들을 추진하고 있다.
멀리는 부산에서 찾은 가족부터 가까운 거창의 가족, 그리고 함양에 사는 가족까지 그렇게 모인 8가족은 1박2일의 조금은 짧은 시간이지만 함양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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