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주일마다 주보를 발행한다. 주보에는 예배순서와 예배 담당자와 교회소식과 헌금하신 분들의 이름 등이 실리게 된다. 주보를 만드는 과정은 각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교회에서는 컴퓨터로 원고를 작성하여 주보용지에 복사하고 있다. 원고를 작성 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작성하고 다룬다. 오자나 탈자가 없는 지, 잘못된 것이나 빠진 것은 없는 지, 여러 번 검토 하고 초안을 작성하고 아내의 교정을 거처 규격에 맞게 자르고 복사하게 된다. 그렇게 소중하게 다루던 원고를, 주보용지에 복사한 후에는 이내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비록 생명 없는 종이에 불과 하지만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원고를 모아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주보 원고는 그것으로 그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작성되어지고 수정되어지고 복사되어지는 것이, 그리고 버려지는 것이 주보 원고의 역할 즉 사명인 것이다. 원고가 있었기에 주보가 발행되고 불편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 주일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생의 삶이 또한 이와 같은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에게 맡겨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 담아내고 그 역할과 그 사명을 감당하여 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들을 위해 헌신되어지는 모습...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해 본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삶의 자세가 이래야 함에도 이 땅의 모든 인생들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것 같고 나 또한 매 주일마다 이런 교훈을 받으면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난 주간에는 집 주방 공사를 했다. 주방이 좁아 창고를 하나 더 만들어 주방 물건을 옮기고 싱크대에 물이 새어 새것으로 교체하기 위한 공사였다. 좁다고 생각했던 주방의 물건들을 옮기면서 주방이 좁은 것이 아니고 가진 물건들이 많아 주방이 좁아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에 있는 식품이며 주방에 필요한 전자제품과 그릇 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얼마나 많은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각종 기구들이 오히려 생활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물건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사용되지 않는 물건들도 있었고, 버렸어야 하는 물건들도 있었고, 중복되는 기구들도 있었지만 무심히 사용하며 지내다 보니 물건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번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정리 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줄 것은 주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다. 대통령 탄핵문제로 인해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고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는 가운데 있다. 계속되는 역대 대통령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정과 불의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 분들도 처음부터 그런 불의한 일을 계획하거나 모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일하며 역사에 좋은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력을 누리면서 처음가진 순전한 마음을 지속하지 못하고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정한 일이 쌓이고 겹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 온 나라와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주보원고, 한갓 사소한 것이다. 매주일 주보를 만든 후 버려지는 주보원고를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주보를 만들 때마다 그것을 통해 내 역할과 사명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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