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자기는 요즘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가 좋다고 하면서 한번씩 흥얼거리기에 집에 와서 인터넷 동영상을 검색해서 들어 보았다. 가사가 참 좋았는데 이제 50대에 접어든 중년인 필자와 같은 부류들에게는 참으로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가사뿐 아니라 곡도 좋아서 충분히 듣는 자들의 감성을 파고들만한 그런 노래였다. 우리 대부분의 서민들의 삶은 무언가 정신없이 바쁘고 하루하루가 힘겹다. 우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분주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생활은 이전에 우리들이 살아 온 삶의 형편보다 물질적으로는 훨씬 풍요해졌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더 줄어들었고 정신적으로는 외롭고 고독하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 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호소력 있고 풍부한 성량으로 부르는 가수의 노래가 촉촉이 가슴을 적시고 살며시 눈시울도 적신다. 왠지 모를 울컥한 감정이 속에서부터 밀려오면서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인근에 있는 집에 가서 같이 간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을 먹던 중 그 집의 고등학교 3학년 딸이 불쑥 질문을 하였다. “목사님은 예쁘면 예쁘다고 말을 하세요?” 라고 물었다. “여자들은 예쁘다고 말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인지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다시 물었다. “목사님은 사모님이 얼마 전에 머리 새로 손질 한 것을 아시고는 계세요?” 딸한테서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더니 다시 공격했다. “예쁘다고 말씀 하셨어요? 새로 한 머리가 예쁘지 않으세요?” 라고 다그쳤다. 나는 경상도 사람은 그런 말을 잘 못한다고 하니까 가까스로 수긍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런지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꼭 성격 때문에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무 부담 없이 말도 잘하고 칭찬도 잘 하는데 유독 가장 가까운 아내한테만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15년 정도 같이 살다 보니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잘 해야지 하고 고쳐서 살아갈 자신도 솔직히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요즈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혼돈스럽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방향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들과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표류하는 배와 같이 이리 저리 밀려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딱 부러진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에 답답하고 때론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전문가가 아니라 명쾌하고 정확한 진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원인은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인정과 칭찬에 궁색하다는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아니 궁색하기보다도 아예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능력도 한계가 있어서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 잘못을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또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지적을 해 주기도 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에 상응하는 법적 징계도 받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잘 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우리 주위에 밀려오는 거센 비난의 소리에 묻혀 인정과 칭찬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바램”이라는 노래에서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사막인데 꽃길로 여기며 걸어갈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 어마어마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통과 고생이 다 사라지고 탄탄대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조금만 내 얘길 들어주고, 힘들고 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라고 해 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쩌면 사막과 같다. 낮에는 내리쬐는 태양을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야 하고 밤에는 차디찬 혹독한 바람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상대방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내 목소리를 크게 내어서 외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 주어야 하고 힘들어 지친 그들의 어께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토닥여 주어야 한다.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가 시련을 견디게 해 주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들의 수고를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는 그런 우리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바램”이 가슴 한 곳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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